[아침햇살] 김무성·김현철을 위한 ‘레드카펫’이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10 16: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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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나라당이 ‘천막당사’의 힘들었던 시절을 잊고 지금은 너무 배가 부른 것 같다.

한나라당이 지난달 26일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비리전력자 공천 신청 자격기준을 대폭 완화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지난 2월 19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국민 공천 배심원단제' 등 모든 당헌.당규 개정작업을 완료한 상태였다.

그러데 불과 1주일 만에 다시 전국위원회를 열어 은밀하게 당규의 일부를 개정한 것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안을 강제당론으로 변경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열고 있던 시점이었다. 따라서 정치권과 각 언론의 관심은 당연히 의총에 쏠릴 수밖에 없었고, 전국위원회는 아예 관심 밖이었다.

바로 그때 전국위원회가 은근 슬쩍 당규 32조2항, 즉 비리전력자 공천 신청 자격기준을 대폭 완화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혜택을 받는 주요 인물은 바로 김무성 의원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다.

한마디로 전국위원회가 이들 두 사람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 준 셈이다.

원래의 당헌당규 '3조 2항'은 "각급 공천심사위원회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후보자 추천 신청의 자격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지난 1996년 알선수뢰 혐의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김무성 의원은 공천을 신청할 수 없다.

또 1998년 한보 비리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을 선고 받은 뒤 사면을 받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이들은 이 규정에 의해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번에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를 '최종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로 규정을 바꿔버렸다.

결과적으로 벌금형을 받았던 김무성 의원에게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또 공천자격 불허 대상에 '사면 또는 복권된 자의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사면을 받은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역시 김무성 의원처럼 공천 신청 자격을 얻게 됐다.

이로써 이른바 ‘탄핵역풍’이 몰아칠 때, ‘천막당사’ 생활을 하면서 국민들 앞에서 깨끗한 한나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은 사라져 버렸다.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더욱 엄격하게 당규를 적용하겠다던 한나라당의 모습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배부를 때도 됐다고 하면 사실 할말은 없다.

다만 왜 하필, 두 사람을 위한 당규개정이냐 하는 점에서 필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김무성 의원의 최근 행보와 김현철 부소장 부친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오버랩 되기 때문이다.

실제 김 의원은 한 때 친박 좌장이라고 불렸던 인사다. 그런데 최근, 특히 세종시 문제로 한나라당 내에서 친이-친박 갈등이 심각할 즈음에 느닷없이 ‘수정안 찬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씨도 먹히지 않는 ‘절충안’을 제시해 친박 측 의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바 있다.

또 김현철 부소장의 부친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세종시 수정과 관련, “국민투표 밖에 방법이 없다"고 친이계가 주장하는 ‘국민투표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는 또 이날 그동안 총대를 메고 세종시 수정 문제를 추진해 온 정 총리에게 수차례에 걸쳐 “세종시를 잘해야 한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무성 의원의 야릇한 행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엉뚱한 발언은 모두 당헌.당규개정이라는 대가성 행보요, 발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그렇지 않고서야 전국위원회가 특별히 두 사람만을 위해, 그것도 모든 국민의 관심이 한나라당 의총에 쏠려 있을 때 은밀하게 당헌당규를 개정할 까닭이 없지 않는가.

아무래도 이번 당헌당규개정은 ‘김무성·김현철을 위한 레드카펫’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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