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정치검찰 추방 시스템 시급하다

김유진 / / 기사승인 : 2010-03-14 15: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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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참으로 한심한 코미디 검찰이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핵심이다.

실제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유일한 근거로 기소했다.

그런데 그의 진술이 횡설수설이다.

이로써 혹시나 했던 것이 역시나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라는 게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실제 재판 첫날부터 곽 전 사장은 오락가락했다.

오죽 그의 진술이 앞뒤가 안 맞았으면, 재판부가 “정리가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황당해 했을까?

둘째 날, 지난 11일도 마찬가지다.

곽영욱 전 사장이 법정에서 기억난다고 말한 부분은 단 두 가지.

총리 공관에서 오찬 직후 자신이 앉았던 의자에 돈봉투를 두고 나왔다는 것과, 골프숍에 한명숙 전 총리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 뿐이다.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모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검찰 조서에는 출입문 근처에 둘 다 서 있었기 때문에 돈봉투를 어디에다 놓을 상황이 아니어서 한 전 총리에게 직접 건넸다고 돼 있다.

즉 "미화 2만·3만달러가 담겨있는 편지봉투 2개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줬다"는 공소사실과 달리 "(돈봉투를) 의자 위에 놓고 나왔다"는 것이다.

곽 전 사장은 이어 이 봉투를 한 전 총리가 "봤는지 안봤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사람이 봉투를 봤는지에 대해서도 "그 봉투를 본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유일한 근거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또 검찰은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사줬다면서 수표내역 등을 제시했다.

곽 전 사장도 검찰 조사 당시에는 사 준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는 둘째날 공판에서 한 전 총리와 골프숍에 있었던 사실만 기억날 뿐 골프채를 사줬는지, 누가 들고 나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는가 하면, 골프숍에 가기 전 한 전 총리와 식사한 사실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 전 사장은 검찰의 수사가 강압적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해 검찰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이날 곽 전 사장은 "변호인도 없는 상태에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새벽 1∼2시까지 면담을 했다"며 "그 때는 (검사가)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이런 것이다.

검찰이 무서워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한 전 총리에게 돈봉투를 줬다고 거짓 진술했고, 검찰은 다른 증거가 아무 것도 없으면서 그의 말만 믿고 무리하게 한 전 총리를 기소했던 것이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12월 22일 한 전 총리를 기소하면서 5만달러가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당시 이 돈의 사용처에 대한 질문이 있었으나 검찰은 답을 내놓지 못했다.

통상 뇌물수수 사건의 경우 공소사실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돈의 사용처까지 규명한다는 것은 검찰 수사의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짜 맞추기 수사를 강행한 결과가 이런 개그콘서트를 만들어낸 것이다.

따라서 검찰은 당장 한 전 총리에 대한 기소를 취하하고, 국민들 앞에 사과해야 한다.

즉 검찰은 스스로의 '정치적 기소'를 반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BBK 의혹 규명 요구와 관련해 검찰은 숱한 정황 근거가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전에 '다음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상납하고 말았다.

그 결과 BBK를 무혐의 처리한 최재경 서울중앙지검장은 후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권력의 눈 밖에 난 인사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죄를 뒤집어씌워 기소했다.

법원 중재대로 세금문제를 조정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배임혐의를 씌운 것이나, 상인터넷논객 '미네르바'를 허위사실 유포로 몰고 갔던 일, 서청원 미래희망연대 대표 구속, 그리고 이번 한명숙 전 총리 기소 등이 그 일례다.

어쩌면 이게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즉 문제는 1%의 정치검찰에게 있는 만큼, 사법부를 개혁하려면 이런 정치검찰들을 현직에서 추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권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충성 검찰’의 올무가 언제든 바른 소리 하는 인사들을 향해 던져질 것이고, 검찰 주연의 개그 콘서트를 우리는 또 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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