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발생한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 사고와 관련, 28일 오전 11시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네 번째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는 김태영 국방, 유명환 외교통상, 현인택 통일 장관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국민들은 ‘대체 이들은 지금 안보라는 이름으로 지하 벙커에 숨어서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이냐’며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천안함의 침몰 과정과 사고원인 등에 대한 의문점이 계속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승조원 104명이 근무하는 길이 88m의 초계함이 '강력한 폭발'로 선체가 두 동강이 나고 20분 만에 60%가 침수된 과정을 정부 당국은 제대로 설명조차하지 못하고 있다.
초계함은 유사시 함정의 생존성 보장을 위해 크고 작은 격실 100여 개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나면 일정 구역을 차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워낙 갑작스런 일이라 미처 격실문을 차단하지 못했다고 한다.
좋다.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그 강력한 폭발은 왜 발생했는가. 그리고 폭발 이후 정부 당국은 왜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가.
합참은 전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폭발시간이 26일 오후 9시30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해군은 오후 9시41분 백령도에 있는 고속정 4척에 출동지시를 내렸고 9시58분에 사고지점에 도착했다.
하지만 정작 침몰하는 함정 위에 있던 승조원을 구한 것은 해경이었다. 현장 근처에 있던 해경정이 오후 10시40분에 천안함으로 다가가 승조원 58명을 구조한 것이다.
해군이 폭발 보고를 받고 11분간이나 미적미적 거리다 뒤늦게 출동지시를 내렸고, 거의 30분이나 지난 후에 현장에 도작해서도 승조원 구조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그들은 현장에서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승조원들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만일 해경정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들 58명의 승조원들 역시 구조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정말 간담이 서늘해 진다.
폭발 원인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처음 정부는 ‘북한의 도발’ 쪽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심지어 초기 mbc 속보에 ‘북한 반잠수정 격침’이라는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었다.
또 사고 직후 다른 초계함인 속초함이 레이더에 포착된 고속물체를 향해 5분간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미국 측이 즉각 ‘북한 도발 징후 없다’고 발표했고, 이에 ‘북 도발’ 가능성은 사실상 백지화 되고 말았다.
실제 사고를 전후해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포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대북 'SI(특별취급)첩보'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 당국은 속초함이 경고사격을 한 것은 새떼로 추정됐다고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사고지점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쪽으로 10~12㎞ 해상이기 때문에 북한 함정이 거기까지 발각되지 않고 들어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천안함의 폭발 장소는 수심이 20m 안팎이어서 북한 잠수정이 들어 올 수도 없는 곳이다.
그렇다면, 왜 정부 당국은 당초 ‘북 도발’ 쪽으로 몰고 가려 했던 것일까?
혹시 어떤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만일 정부 당국이 진실을 은폐하고 싶어 한다면, 그 감추고 싶은 진실이란 대체 무엇일까?
천안함의 노후화로 인한 내부폭발일 것이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인다.
천안함의 실종자 중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박경수 중사가 포함됐는데, 그의 부인은 “평소에 초계함 천안함이 물이 새고 빈번하게 수리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남편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에 대해 천안함 함장 최원일 중령은 "배에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1200여톤이나 되는 함선을 고작 수심 20미터나 되는 해안까지 무리하게 진입시킨 이유가 무엇인가.
혹시 운항도중 어떤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해안으로 진입하려던 것은 아닐까?
그러다 결국 폭발 사고까지 일으킨 것일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럴 경우 이명박 정부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노후화된 함선을 교체하지 않고 무리하게 운항시켜야 할 만큼, 국방비를 삭감한 이유가 4대강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결과라는 게 입증되기 때문이다.
지금 지하벙커에서는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안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과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척 궁금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이다.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일단은 실종자들을 구출하는데 전력을 다해 주기 바란다.
그나저나 안보장관 회의 참석자들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정길 대통령실장, 원세훈 국정원장 등 군 면제자들이 절반 가까이나 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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