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대통령보다 구청장이 낫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29 13: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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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일자리 창출’을 되뇌지만, 현실은 그저 암담하기만 하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월 말 기준 사실상 실업자가 495만여명에 달했다. 실업률이 무려 18.7%에 달하는 것이다.

일해야 할 나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국민이 5명 중 1명꼴이라는 말이다.

실제 ▲공식실업자 116만9000명 ▲구직단념자 25만3000명 ▲통합취업준비자 63만6000명 ▲휴직자 156만3000명 ▲주 18시간 미만 취업자 133만1000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장기실업자 10명 중 평균 4명은 청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의 중추인 젊은이들이 장기실업자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장기실업자의 구직 활동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장기실업자 7만5300명 중 40.1%가 15~29세의 청년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30~39세가 25.8%, 40~49세가 18.4%, 50~59세가 13.2%, 60세 이상이 2.5%로 나타났다.

장기실업자는 6개월 이상 실업 상태로 있는 구직자를 말한다. 장기실업은 소득 단절에 따른 생계 곤란,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의 심화, 직업 획득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의 상실에 따른 인적자원의 손실 등 사회ㆍ경제적 폐해를 초래한다. 장기실업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다.

또한 최근 통계청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졸 이상 실업자는 44만명으로 전년 동기(34만4000명)보다 28.0%나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6월(30만7000명) 보다 13만3000명(43.2%)나 급증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무대책이다.

그저 30조원을 들여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 그나마 몇 개의 일자리 정도는 창출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고작이다.

정말 한심하다.

그런데 지난 24일 이노근 노원구청장이 무려 30여개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그는 이날 서울시가 개최한 3월 창의행정 추진회의에서 돈도 크게 들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관공서에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니, 그저 공공근로나 취로사업 정도쯤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효도안마서비스, 실버카페, 실버악단 등등 난생처음 듣는 일자리들을 열거했는데, 그 참신함에 귀가 번쩍 뜨일 정도였다.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별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일하는 사람이 신명나게 일을 하고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자립형 일자리들이 그의 입에서 줄줄이 흘러나왔다.

이 구청장은 “30개 사업을 100여개 지자체에서 추진할 경우 5만 3446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구체적으로 일반인 3만 6746명, 노인 5800명, 여성 6000명, 장애인 4900명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실제 노원구에서는 지금 이런 일자리들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고 한다.

우선 시각 장애인이 경로당을 방문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으로 1000원의 이용료를 받는 ‘효도안마서비스’와 직장이나 복지관 등에 시각장애인을 고용, 안마서비스를 하는‘헬스키퍼’가 인기직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실버악단’과‘실버카페’운영으로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도 신명나게 일하고, 제법 수익도 짭짤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 가정 출신을 대상으로 지역 내 도서관에 ‘잉글리시 카페’를 설치 운영하는 등 그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3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 내는 일자리보다 이노근 구청장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대통령보다 구청장이 더 낫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모쪼록 이노근 구청장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대 실시돼 장기실업으로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행정안전부에서 조만간 전국 지자체장 회의를 소집하고, 그 때 이 구청장이 이에 대해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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