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군대, 모르면 입 다물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3-30 11: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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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과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은 그 시각부터가 다른 것 같다.

군대 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해군의 초동 대응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해병대를 병장으로 만기제대 한 필자가 보기에는 그게 아니다. 해군의 초등대응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니라 군대를 다녀온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 민주당 서종표 의원은 "해군고속정이 사고 지점에 4척이나 있었는데도 정작 생존자 구조에선 속수무책이었다는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대응을 잘했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군 장성 출신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도 “침몰 지점에서 50m 내에서만 집중 수색했으면 더 빨리 함미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초기 대응이 어떻게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느냐. 기가 막힌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비록 이병으로 전역하기는 했지만 군필자다. 최소한 군대는 갔다 왔다는 말이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 역시 “청와대나 장관이 ‘해군의 대응이 잘됐다’고 한 것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유 의원은 병장 만기전역자이다.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3일간 해군은 도대체 뭘 했느냐”며 “초반부터 군·민간이 전부 나서도 부족한 판에 왜 단계적 대응을 했느냐”고 질책했다. 이어 그는 "해군 지휘부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 역시 군필자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초기대응은 완벽하다고 했지만, 4번씩이나 지하벙커에서 안보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국방장관이 아무리 잘 했다고 한들 어느 누구도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해군이 무엇을 했는가. 결정적으로 함미 부분을 찾는 것도 어민이었다. 웃지 못 할 해프닝”이라고 질책했다.

이강래 의원도 군필자다.

그런데 천안함 침몰과 관련, “초등대응을 잘했다”는 시각은 이명박 대통령만 갖고 있는게 아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역시 같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실제 그는 지난 29일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선을 다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는 평가를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 당국의 대응이 잘못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걸 그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알고 보니 그도 이명박 대통령처럼 군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다.

실제 그는 지난 1966년부터 1967년까지 징병검사를 기피하다가 68년에 ‘1을종’을 받았으나 69년 입영기일을 연기했다. 이후 행방불명돼 결국 78년 고령을 사유로 소집면제 되는 기막힌 과정을 거쳤다.

그러니 군 초등 대응이 잘된 것인지 잘못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 정부 각료들 가운데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 ‘안보’ 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정말 걱정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천안함 침몰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안보’ 상황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차제에 일정한 직급 이상의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군 미필자들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동안만이라도 군대가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도록 강제 입영하는 규정을 만들면 어떨까?

필자의 군 생활을 돌이켜 보건데, 그 힘든 해병대의 훈련과정을 통해 단지 육체만 건강해진 게 아니라, 정신이 건강해지고 세상을 보는 안목까지 넓어졌던 것 같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생활 이야기로 날 새는 줄 모르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불현듯 한 개그맨의 대사가 생각난다.

“모르면 말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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