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국민들도 이제 더 이상 정부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모든 야당이 국회 진상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그동안 줄곧 '실종자 구조가 우선'이라며 특위 구성을 반대해 왔다.
급기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31일 “국민들이 가진 의문점이 많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등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야당의 특위구성 주장에 힘을 실어 주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바로 다음 날, 진상조사특위 적극 참여 방침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형식적이다. 여전히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실제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원과 기무사령부 등의 관련 보고를 받기 위해 지난 29일부터 줄기차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의 반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국민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정부 당국은 멀쩡한 배가 왜 두 동강이 났는지, 그리고 실종자 46명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
또 정부 당국의 사고 경위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아 오락가락하고, 구조 대응은 늑장에 허둥지둥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이 ‘정부가 무엇을 감추려는 것 아닐까?’하고 의구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특히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안타깝게 많은 실종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해군의 초동대응은 잘됐다"고 말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국민은 초등대응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해군이 사고 해역에 가장 먼저 도착해 구조작전을 펼친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 당시 구조된 58명 가운데 56명은 해경이, 2명은 어민이 구했다. 해군에 의해 구조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실종자 대부분이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 역시 해군정이 아니라 어선에 의해 발견됐다.
따라서 아무리 해군에게 후한 점수를 주려고 해도 “잘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무엇을 감추기 위해 해군의 이 같은 엉터리 초등대응을 질책하지 않고, 오히려 “잘했다”고 감싸주는 것일까?
거기에는 분명, 국민이 알아서는 안 되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은 바로 그 ‘불편한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진실을 규명하자면 국회 진상조사 특위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말처럼 ‘실종자 구조가 우선’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국방부 장관이 잠수부로 나서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이나 장관과 같은 높은 직책의 사람들이 직접 현장을 찾는 것은 현장에서 작업하는 낮은 계급의 사병들에게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해 심리적인 부담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즉 ‘실종자 구조’와 ‘진상 조사’가 서로 상반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실종자들을 구조하면서도 얼마든지 진상규명을 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실종자 구조 우선’이라는 황당한 논리로 진상규명을 늦추려고 하는 데에는 뭔가 알려져서는 안 되는 ‘불편한 진실’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게 쉽게 가려지는 게 아니다.
차라리 잘못된 것이 있다면, 감추려 하지 말고 국민들 앞에 솔직히 드러내놓고 백배사죄하는 게 낫다.
설마하니 이제 임기가 반밖에 남지 않은 식물 대통령더러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하겠는가.
그러니 한나라당도 이제 국회 특위구성에 적극 협조하고, 정보위 개최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특히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명에 의해 금배지를 단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의 손에 의해 금배지를 달게 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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