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親李계의 개헌론을 경계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4-05 15: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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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5일 느닷없이 개헌론을 꺼내들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에 곧바로 개헌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개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지 않다”며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개헌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조속한 시일 내 야당이 국회 개헌특위 구성에 나서주기를 요청한다"고 촉구하면서 "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4년 중임제든 1987년 체제를 보완하고 개선하고 국가백년대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 쏠려 있는 마당에 ‘개헌론’이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를 단지 ‘안상수 코미디’로 치부하고 그냥 넘겨버리기에는 꺼림칙한 구석이 너무나 많다.

특히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의 ‘개헌론’ 발언에는 뭔가 계산된 듯 상당한 치밀함마저 엿보이는 상황이다. 어쩌면 이미 지방선거 이후 개헌문제를 집중논의를 하기로 결정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실제 정두언.남경필 의원 등 친이 소장파들은 지난 달 16일 개헌 토론회를 열고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는가 하면, 불과 이틀 뒤인 같은 달 18일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헌은 국회의원 절대다수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개헌 논의에 힘을 실어 주었다.

심지어 김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민주당 지도부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 하겠다는 것으로 불필요성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며 민주당도 지방선거 이후 개헌논의에 동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9월15일 ‘개헌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럼, 친이계가 생각하고 있는 개헌의 방향은 무엇일까?

내각제다. 내각제가 되면 국회의원들이 직접 전권을 가진 총리를 선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직접 대통령을 뽑고 싶어 하는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국민여론을 감안해 대놓고 내각제를 하자고는 못할 것이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분권형인 이원집정부제다.

즉 국민이 대통령을 뽑게는 해주지만, 그 대통령은 사실상 아무 권한이 없는 ‘허수아비’로 만들고, 대신 국회의원들이 선출하는 총리가 사실상의 실권을 모든 갖는 제도를 만든다는 말이다.

남경필 의원은 “분산된 대통령의 권한은 결국 국회로 넘어오기 때문에 국회, 정당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는 (개헌에 대한)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다.

특히 안상수 원내대표는 노골적으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연세대학교 대학원연합회 초청 특별강연’에서 “현재로선 ‘분권형 대통령제’가 권력의 분산과 국민 앞에 책임지는 정치를 위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국민에 의해 직접 혹은 간접으로 선출되는 대통령과 의회의 신임을 기반으로 하는 총리가 함께 통치하는 체제”라며 “분권형 대통령제는 의원내각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동시에 승자독식과 같은 대통령제가 지닌 문제점을 절충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적극 홍보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제시한 대통령 중임제에 대해선 “정책의 졸속 수행은 막을 수 있으나 현 제도의 문제점을 피해갈 수 없는 제도”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결국 친이계의 속셈은 분명해졌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대신 자신들, 즉 국회의원이 선출한 총리가 실권을 쥐는 분권형으로 개헌해 국민들을 갖고 놀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민주당마저 여기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뛰어든 강봉균 국회의원은 지난 달 26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넘겨주고 싶지 않은 한나라당 친이계의 속셈과 차기 대권주자가 없어 어차피 대통령 만들기가 쉽지 않은 민주당의 속셈이 서로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정말 이러다 대한민국에 ‘국민주권’은 사라지고, 대신 ‘국회의원 주권시대’가 열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경고하거니와 만일 민주당이 친이계와 손을 잡고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공동으로 추진할 경우, MB에게 등 돌린 민심의 분노가 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릴 수도 있음을 명심하라.

다시 말하거니와 국민은 자신들이 선택한 대통령이 ‘허수아비’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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