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국민은 침묵하지 말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4-13 13: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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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현재 한나라당 대표는 누구일까?

법률상으로는 정몽준 의원이다.

그럼, 법률상 대표인 정몽준 의원이 자신의 의지대로 당을 이끌어 가고 있을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

지난 4월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안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수첩이 <시사저널> 카메라에 잡혔다.
거기엔 정몽준 당 대표의 지시사항이 아니라, 청와대에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걸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움직이는 사람은 당 대표가 아니라, 청와대에 있는 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고 보면 한나라당은 정말 웃기는 정당이다.

당헌 당규에 따르면 대권과 당권은 철저하게 분리돼 있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할지라도 당무에 관여할 수 없다. 대통령도 그저 여러 당원들 가운데 한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당헌당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지도부의 모든 눈과 귀는 오직 청와대만 향해 열려있을 뿐이다. 그러니 민심의 소리가 제대로 들릴 리 없다.

정말 걱정이다. 심히 걱정스런 대목은 안상수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들이다.

수첩에서 나타나듯이 그가 이 대통령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안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른바 ‘좌파 주지’ 발언과, ‘개헌논의’ 국회 연설이다.

그렇다면 이런 발언과 연설 배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실제 지금 대한민국 곳곳에서 대대적인 숙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주지’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언론계와 문화예술계, 종교계에서 ‘좌파 척결’이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정권 차원의 숙청작업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특히 불교계에서는 이미 이명박 정권이 강남과 강북의 좌파 스님 두 분을 몰아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한 분은 강남 봉은사의 명진 스님이고 다른 한 분은 화계사 주지 수경 스님이다. 명진 스님은 익히 알려진 바대로 안상수 원내대표에 의해 ‘축출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이고, 수경 스님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로 4대강 사업 중단운동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반MB(이명박) 인사’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헌법이 규정한 ‘정교 분리의 원칙’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실제 6.2지방선거에서 치러질 교육감선거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반전교조’, ‘좌파척결’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수가 무엇인가. 진보세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다. 그것은 보수가 아니라 독재다.

‘좌파척결’이라는 이름으로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숙청하는 하는 것은 보수가 아니라 독재라는 말이다.

대체 이명박 정권은 왜 이처럼 ‘좌파척결’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일까?

안상수 원내대표의 국회연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로 ‘개헌’ 때문이다.

실제 안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연설을 통해 지방선거 직후 개헌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생각하는 개헌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은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실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다.

수첩에서 나타났듯이 안상수 원내대표의 생각이 곧 이 대통령의 생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위해 사전 정지작업으로 ‘좌파척결’을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는 말이다.

어쩌면 다음 수순은 4년 중임제로 개헌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타깃이 되어 대대적인 숙청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는 독재자 히틀러의 숙청방식이기도 하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목사였던 마틴 니묄로는 “그들(나치)이 왔다. 처음엔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다음엔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가를 숙청했다. 나는 둘 다 아니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다음에는 유대인을 잡아갔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다음엔 그들이 나에게 왔다. 그때는 이미 나를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의 좌파척결을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마틴 니묄로의 이 같은 독백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국민은 침묵하지 말라. 특히 6.2 지방선거 참여는 힘 없는 국민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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