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천안함 침몰사고와 6ㆍ2지방선거 등 대형 이슈에 묻혀 잠잠했던 세종시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 세종시 중진협의체가 활동 종료 기한이 다 됐는데도 전혀 결론에 이르지 못해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급박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실제 중진협의체는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차례씩 꾸준히 회의를 했는데도 의견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사실 당론 변경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6명이 결정하는 데엔 애초부터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15일 마지막 회의 일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 아무런 결론 없는 모임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세종시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내 친이계는 여전히 수정안을 포기하는 출구전략보다 수정안 강행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14일 오전 BBS라디오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합의안이 도출이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그 다음단계의 논의 구조를 만들면 될 것”이라며 “의총을 통해 더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수정안을 포기하지 않고 의총을 열어서라도 수정안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안상수 원대표의 수첩에 천안함 침몰사건, 봉은사 ‘좌파주지’발언 등 이 대통령의 3가지 핵심지시사항이 적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세종시 수정안 문제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결코 ‘출구전략’은 없다는 강경한 이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친이계는 `수정법안 국회 제출 → 당론 변경을 위한 의원총회 표결' 수순을 밟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해 친박계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하다.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수정안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당 지도부가 수정안 쪽으로 당론을 밀어붙이게 되면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할 것이고, 다시 `분당(分黨)`설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친박계는 정부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언제 당과 제대로 된 협의를 거쳐 처리한 적이 있느냐며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과 친박계의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는 것은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해볼 테면 얼마든지 해보라는 식이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6.2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좌불안석이다.
가뜩이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무죄 판결로 판세가 한나라당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판국에 박근혜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시의 직접적 영향 아래 있는 충남지역은 어쩌면 선거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를지도 모른다. 그만큼 여론이 좋지 않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충남지사 후보감으로 박해춘(62)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을 영입해 놓고도 이날까지 그를 후보로 확정 짓지 못하고 발발 동동 구르고 있겠는가.
실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꺾을 사람은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이완구 전 충남지사 밖에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세종시 수정안이 한나라당 후보들의 당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즉 이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옹고집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 불리한 선거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할 경우, 단순히 당 지도부 인책론에 그치지 않고 MB 책임론으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이 대통령에 대한 레임덕 현상의 가속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고,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는 당 지도부가 친박계로 교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 말하면 MB발(發) 세종시 뇌관의 폭발로 한나라당 후보들이 무더기로 낙선하는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과적으로 친박계에게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될 것이란 말이다.
물론 반대로 한나라당이 압승할 경우, 이명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더욱 커지면서 친박계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겠지만,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해 보인다는 게 문제다.
아무튼 세종시 수정안에 도박을 건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이 지방선거 이후에 어찌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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