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15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로부터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검찰은 허위의 피의사실을 동아일보에 누설하고, 동아일보는 충분한 확인절차 없이 이를 보도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무장관과 동아일보사에 각각 10억 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 전 총리가 이처럼 발끈하고 나선 데에는 동아일보의 잘못이 크다.
한 전 총리의 피의사실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린 검찰의 잘못과 견주어 봤을 때 결코 그 죄가 가볍지 않다는 말이다.
우선 검찰은 형법 제126조 소정의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다.
더구나 한 전 총리는 건설시행사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는 피의사실을 일방적으로 언론에 흘리는 검찰의 말만 믿고 기사를 쓰기보다는 한 전 총리가 실제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그 내용을 보도했어야 옳았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검찰이 마치 한명숙 전 총리가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처럼 수사 내용을 흘린 것을 그대로 받아쓰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실제 동아일보는 지난 13일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별건수사와 관련, "H건설업체 대표 한모씨가 2007년 3월, 4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한 전 총리의 자택에 찾아가 9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동아일보는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기자의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
특히 동아일보는 검찰이 불법행위(피의사실공표죄 위반사실 등)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검찰이 누설한 피의사실을 기초로 무려 6건의 관련 기사를 지면에 게재했다.
만일 그 사실을 몰랐다면, 동아일보는 언론으로서의 자격도 없다.
동아일보의 보도행태는 사실상 언론이 검찰의 위법한 피의사실공표행위 및 명예훼손행위에 공모 또는 방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한 전 총리의 그동안 재판과정을 보면, 검찰의 불법적 피의사실 공표가 진실 아닐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에 대해 의심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썼다면, 그게 무슨 언론인가.
더구나 한 전 총리는 “동아일보의 기사 내용은 전부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지 않는가.
만일 한 전 총리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동아일보는 한 사람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법원은 “보도에 앞서 범죄혐의사실의 진실을 뒷받침할 적절하고도 충분한 취재를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보도 내용 또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하여 보도의 형식 여하를 불문하고 혐의에 불과한 사실에 대하여 유죄를 암시하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유죄의 인상을 줄 우려가 있는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07. 6. 29. 선고 2005 다55510 판결 등).
즉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더라도 충분한 취재를 통해 보도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건 기자의 기본적인윤리이자 상식이다.
만일 시민일보 기자가 이 같은 사실을 검찰로부터 들었다면, 어찌했을까?
당연히 사실여부를 충분히 취재했을 것이고, 진실이 의심됐다면 그 기사는 데스크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검찰이 피의사실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행위, 즉 범법행위를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에 대해 먼저 의구심을 품는 것은 기자의 상식 아니겠는가.
그런 면에서 검찰이 특별히 동아일보 기자를 선택해 그에게만 피의사실을 흘린 사실에 대해 동아일보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검찰이 동아일보를 만만하게 보았거나, 최소한 동아일보 기자는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에 대해 충분히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취재과정을 거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민의 알권리’ 운운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정당화 시키려 한다면, 동아일보는 더 이상 언론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동아일보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보도 행태에 같은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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