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의 권세가 하늘이라도 찌를 태세다.
다른 부처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야말로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실제 환경부가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훼손으로 논란이 됐던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섬(삼합리섬) 일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에 ‘공사 중단’을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는 한국수자원공사에 공문을 보내 한강 6공구 전체 사업 구간에 대해 생태계 전수 조사를 벌일 것을 요청했다.
또 환경부 산하 환경유역환경청은 도리섬 일대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훼손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15일 "전수 조사 등 보전 방안을 마련한 뒤 공사를 진행하라"며 국토해양부에 공사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요청을 묵살하고 말았다.
준설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여주군 점동면 도리섬 일대엔 세계 유일의 희귀식물인 단양쑥부쟁이가 대규모 서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은 표범장지뱀, 삵, 가창오리, 돌상어 등의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단양쑥부쟁이·표범장지뱀 서식 사실이 누락됐다. 한마디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했다는 말이다.
특히 표범장지뱀·가창오리·돌상어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서식 사실이 기재됐으나 본안에는 삭제되고 없었다. 어떻게든 황경영향을 축소시켜 보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를 보다 못해 천주교가 들고 일어났고, 최근에는 불교계까지 가세했다. 이미 각종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수많은 학자들까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마당이다.
이런 비난 여론을 의식한 환경부가 '부실·졸속' 환경영향평가를 스스로 인정하면서 공사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막무가내다.
환경부의 공문이 발송된 지 일주일이 지난 22일 현재까지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 환경부가 도리섬 일대 전체에 대해 전면적인 공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공사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극히 일부에서만 중단됐을 뿐, 여전히 도리섬 전역에서 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국토부의 이런 모습은 마치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요 문화재를 하수처리장에 처박아 놓은 것과 너무나 닮았다.
당시 시민단체와 언론의 제안으로 청계천 복원 운동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안에 완공하려고 얼렁뚱땅 졸속 복원이 진행되면서 많은 문화재들이 파괴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청계천 복원을 처음 제안했던 <토지>의 저자 박경리 선생이 “차라리 청계천 복원을 제안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발등을 찍고 싶다“고 통탄했겠는가.
실제 중앙문화재연구원이 2003년 12월 11일부터 청계천 일대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다량의 문화재가 쏟아져 나왔다.
당연히 공사를 중단하고 이들 문화재를 보호하는 작업을 먼저 진행했어야 했는데, 시는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고 말았다.
결국 지난 3월 광통교 교각 기초석 6개 중 3개가 4~9cm나 잘리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광통교 아래로 지나는 하수관로 때문에 수평이 맞지 않는다는 게 문화재 훼손의 이유였다. 광통교가 조선 태종 10년(1410)에 만들어져 영조 36년(1760)에 수리된 점을 감안하면 이 기초석은 최소 240년 된 아주 중요한 문화재다.
뿐만 아니라 당시 청계천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지 않고 서울 중랑구 하수종말처리장에 처박아 놓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게 바로 이명박식 청계천 복원의 진실이다.
그와 같은 방법으로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통령은 22일 자신의 임기 내에 4대강 사업을 완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자신의 임기 내 공사를 완공하기 위해 방해가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중요 문화재든 아주 귀한 동식물이든 단지 걸림돌일 뿐이라는 게 이명박식 사고, 즉 개발만능주의 사고인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