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영근 화성시장 등 친박계 현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이 무더기로 공천에서 탈락하는 등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행된 ‘친박 대학살’ 악몽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가 중앙당 정치놀음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빤하다. 6월 30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이계 당대표를 세우기 위한 수순일 것이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친이계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7.28 재보선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이른바 ‘8월 전대론’을 솔솔 흘리고 있다.
실제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25일 "7월 재보선은 미니총선인데 이를 앞두고 전대를 열 경우 제대로 준비할 수 없다"며 8월 전대론을 주장하면서 “곧 공식적으로 연기론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한 핵심 당직자는 “전대에 출마할 생각인 정몽준 대표가 전대 연기를 조만간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 친이계는 왜 8월 전대론을 흘리고, 정몽준 대표는 이를 받아들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친이계는 자신들의 좌장격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대표 출마를 위한 멍석을 깔아주려는 속셈에서 전대 연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을 것이다.
즉 이재오 위원장이 7월 재보선에서 당선돼 원내에 진입한 후 전당대회를 치러야 그가 당 대표로 출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8월 전대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정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8월 전대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패배할 경우, 곧바로 실시되는 전대에서 ‘인책론’이 제기될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 현재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돌아가는 판세를 보면,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지금은 천안함 이슈에 잠시 묻혀 있는 듯 보이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충청권 주민들의 분노,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에 대한 ‘한풍’ 등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폭발적인 악재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당선 가능성 높은 친박 공천 학살로 해당 지역 민심도 흉흉한 마당이다.
이를 우려한 정 대표가 6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7월 재보선에서 승리해 책임론에 물 타기를 하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결국 친이계와 정몽준 대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권을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욕심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은 망한다.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박근혜 전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 결심을 굳히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가운 소식이 들린다.
실제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박 전 대표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여당대표로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청와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이계와 싸워 승산이 있어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한나라당은 절망적이다.
6.2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7월 재보선에서도 패배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에 치러지는 19대 총선 역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과거처럼 ‘천막당사’를 짓고 국민들에게 용서해 달라고 또 다시 애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 전에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한나라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그러자면 박 전 대표가 6.30 전대에서 직접 당 대표로 출마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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