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민주당, ‘분권형’ 개헌하면 바보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4-29 13: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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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현실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필자는 이미 지난 해 연초부터 ‘MB 재집권 시나리오’ 의혹을 수차에 걸쳐 제기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를 마치면, 자신이 직접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되거나 수렴청정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할 것이고, 여기에 민주당이 가세할 가능성이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는 것.

한나라당 '전략통'으로 꼽히는 윤여준 전 의원(현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MB는 절대 박근혜에게 권력을 주지 않는다"면서 이 대통령의 개헌의지를 '박근혜 고립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도 모두 ‘분권형 대통령제’ 카드를 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강봉균 민주당 의원이 28일 원내대표 출마선언을 하면서 친이계의 '분권형 개헌'에 찬성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 원내대표에 출마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은 6.2지방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개헌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뤄달라는 주문을 했다”며 “MB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두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여야 의원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민주당 원내대표가 소신만 분명하다면 주도적으로 개헌을 추진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자는 것에 공감한다"고 거듭 분권형 개헌을 강조했다.

참 한심한 사람이다.

정치를 그리 오래하고도 ‘MB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 정확히 모르겠다’고 말한 것을 보면, 그는 그리 똑똑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다면 이 대통령의 의도를 간파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MB의 숨은 의도’는 ‘한나라당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MB 재집권’이다.

즉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은 아무 실권도 갖지 못하는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만들고, 국회의원들이 선출하는 총리가 모든 실권을 갖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한 뒤에, 이 대통령 자신이 직접 임기 만료 후 실권총리가 되거나 자신의 충복을 총리로 지명해 수렴청정하는 재집권 시나리오가 있을 것이란 말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8년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지금은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되어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런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분권형 대통령제를 추진한다면 민주당이 앞장서서 MB 재집권 도우미 역할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만일 민주당이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다면, 그날로 민주당은 끝장이다.

왜냐하면 분권형 대통령제, 즉 이원집정부제는 사실상의 프랑스식 내각제로서 재벌이 좌우하는 정치와 지역 정치세력 간에 권력 나눠먹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원집정부제가 되면 국회정치는 막후 흥정에 좌우될 수밖에 없고 마지막에는 자금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한 영남패권주의가 더욱 강화되면서 민주당이나 개혁 정당의 집권을 영원히 불가능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특히 국민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원하는 개헌의 방향은 어디까지나 ‘대통령 중임제’다.

실제 지난해 10월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 시 선호하는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대통령 중임제'라는 응답이 59.1%로 가장 높았고, '분권형 대통령제(18.2%)', '의원내각제(4.5%)' 순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의도대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추진할 경우,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한나라당 유력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는 김무성 의원이 개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만일 ‘대통령 중임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친박계가 확실한 것이고, ‘이원집정부제’를 고려하고 있다면 그는 ‘이명박 엑스맨’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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