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조전혁 일병구하기’는 건달의리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03 16: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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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조전혁 일병구하기’에 나선 한나라당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의 의리가 뒷골목 건달들의 ‘깡패의리’를 뺨칠 정도다.

한나라당 조전혁, 강용석, 구상찬, 김용태, 김효재, 박영아, 심재철, 이두아, 이춘식, 임동규, 장제원, 정두언, 정진석, 정태근, 진수희, 차명진 의원 등 친이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달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전혁 의원 혼자서 고통을 당하게 할 수 없다”며 자기 홈페이지에 전교조를 포함한 교원단체 가입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명단을 공개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하루 3000만 원의 강제 이행금까지 결정하였지만 이들의 의리는 그런 법원의 결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안하무인이다.

실제 이들은 법원의 판결을 '조폭 판결'이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교조 및 교총 가입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키로 했다.

이들은 “남부지법 한 판사의 감정이 섞이고 편향된 판단을 근거로 한 판결에 대한 우리들의 의사를 표명하고자 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떼거리 형태를 정당화 하는가하면, “조 의원 혼자 골목길에서 좌파에게 뭇매를 맞게 해서는 안된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물론 필자 개인적으로는 전교조 교사의 명단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명단공개’에 대한 찬반을 떠나, 법원 판결마저 집단행동으로 무력화하려는 이런 여당 의원들의 행태는 사법부마저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겠다는 반민주적, 반헌법적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법원의 결정이 내려졌으면, 아무리 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리고 제 아무리 권세를 지닌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마땅히 그 결정을 따르는 게 도리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이들은 ‘감히 사법부가 여당 국회의원에게’ 하는 식으로 떼로 모여 이처럼 덤벼들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사실 조 의원의 교사 명단 공개에 대한 불만은 전교조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한나라당과 정책 공조를 해온 교총도 교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조 의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더구나 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근거가 되는 '교육관련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특례법(이하 교육정보특례법)'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것이었다.

실제 특례법 제3조 2항에는 "이 법에 따라 공시 또는 제공되는 정보는 학생 및 교원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돼 있는데, 이 법은 이주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것은 여기에 정두언, 진수희 등 19명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고, 이에 찬성하는 101인의 한나라당 의원 명의로 국회에 제출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정두언 진수희 의원 같은 사람들은 자기들이 ‘교원 명단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법을 공동으로 만들어 놓고, 심재철 의원 등은 그 법안에 찬성해 놓고, 이제 와서 자기들 스스로 그 법이 잘못됐다며 항의 하는 꼴 아니겠는가.

그러고 보니 국민과 수차에 걸쳐 약속했던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 시키고 이명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수정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들 아닌가.

세종시 원안을 당시 한나라당 당론으로 가결시켜 놓고, 그것을 스스로 백지화해야 한다는 이들에게 과연 ‘정치신뢰’는 무엇이며, ‘원칙’은 무엇일까?

특히 자신들이 제안하여 법을 만들고 찬성한 이들이 그 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법치(法治)’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치에 대한 이들의 집단 반란행위로 국가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따라서 헌법질서를 파괴한 이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법적 책임은 물론 국민과 민주주의를 우롱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나저나 건달의리를 내세우면서도 황당하게 법치를 얘기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지켜야 될 법은 무엇이고, 안 지켜도 되는 법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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