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국민은 분권형 개헌 저지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07 15: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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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가 반대해도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

이는 한나라당 친이(親李)계가 한 말이 아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결선투표까지 울라갔다가 박지원 의원에게 불과 14표 차로 패한 강봉균 의원이 내뱉은 말이다.

강 의원은 7일 실시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무려 35표를 획득했다.

물론 재적의원 88명 가운데 84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박 의원이 49표를 얻어 원내대표에 당선되기는 했지만 ‘분권형 개헌’을 기치로 내세운 강 의원이 획득한 표가 자그마치 35표나 된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민주당내 강봉균 지지파, 즉 분권형 개헌 찬성파와 한나라당 내 친이계가 서로 손을 맞잡고 ‘MB 재집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할 경우에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강봉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겠다’거나 ‘강봉균은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비아냥거렸던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박지원 의원의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발(發) ‘분권형 개헌’의 불씨가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84명 중 35명이 분권형 개헌론자인 강 의원을 지지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잠재적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이명박 정권은 대통령제 폐해를 강조하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그런 음모에 민주당이 동참한다니,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한나라당 친이계는 분권형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에 올인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안상수 전 원내대표는 입만 열면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국회에서는 원내대표 연설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정몽준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들여 ‘개헌추진’ 명령을 공식적으로 하달한 바 있다.

대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추진하는 이원집정부제란 무엇인가.

국민이 선택하는 대통령을 아무 권한도 없는 허수아비로 만들고, 대신 국회에서 의원들이 선출하는 총리가 사실상의 전권을 갖도록 하는 제도다.

즉 국민이 우리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자기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최고지도자로 선출하도록 하는 제도인 것이다.

그럼, 친이계가 이원집정부제를 추진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바로 ‘MB 재집권욕’ 때문이다. 한나라당에 의한 정권 재창출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다.

즉 이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총리가 실권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하고, 이 대통령이 직접 차기 총리가 되거나 자신의 후계자를 지목해 수렴청정(垂簾聽政)하는 형식으로 재집권을 획책하고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따라서 민주당 강봉균 의원의 발언은 바로 이런 ‘MB 재집권 음모’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특히 그가 ‘박근혜가 반대해도’라는 단서를 단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이 반대해도’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박근혜 전 대표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이원집정부제가 아니라 ‘4년 중임제’ 개헌을 더욱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6월 9일 보도된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국민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제가 40.9%, 5년 단입제가 29.4%, 의원내각제가 13.4%, 이원집정부제가 4.1% 무응답이 12.1%로 나타났다.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둘을 합해도 17.5%로 4년 중임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게 개헌에 대한 국민의 뜻이다.

만일 한나라당 친이계와 민주당이 서로 결탁해 국민의 뜻에 반하는 개헌, 즉 이원집정부 개헌을 추진해 서로 권력을 나눠먹겠다는 심보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박근혜에 대한 선전포고가 아니라 바로 대국민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경고하거니와 우리 국민은 결코 ‘MB 재집권 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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