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일보] 4대강은 개헌 국민투표용이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11 17: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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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1년 6개월 전부터 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재집권 프로젝트’ 존재 가능성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실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친이 세력이 집요하게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MB 재집권’을 위한 노림수이니 정치권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쓴 것만 해도 벌써 수십여 차례나 된다.

처음 그런 주장을 할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설마~’하며 반신반의 했지만, 이제는 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도 제법 많아졌다.

필자가 생각하는 ‘MB 재집권 프로젝트’는 이런 것이다.

먼저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장악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현재의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이명박 1인지배체제로 당을 개편하려 들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 내에서는 당 쇄신위원회를 만들어 당헌당규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미리 알아서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마당에 굳이 당헌당규를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을 중지하고, 곧바로 개헌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됐다.

개헌, 특기 권력구조를 바꾸려면, ‘현재의 대통령제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그러자면 전직 대통령의 잘못을 반드시 찾아내야만 한다. 그래야만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도 바로 이런 프로젝트의 일환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친이 세력의 음모는 성공했다.

실제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툭’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는 문제가 있다’며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여권에서는 안상수 전 원내대표 등 친이세력과 김형오 의장이 총대를 맸다.

이들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평소 소신을 받들어’ 이원집정부제를 '합창'하고 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안상수 전 원내대표는 입만 열면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국회에서는 원내대표 연설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김형오 의장 역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실제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위원장 김종인 전의원)가 지난 해 김의장에게 이원집정부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고 의회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한 최종보고서에는 권력구조 형태로 이원집정부제와 4년중임제 두 가지 안이 담겨 있으나, 무게 중심은 이원집정부제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꿈꾸는 개헌인 이원집정부제를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사실상의 모든 권한을 갖는 제도다.

이 대통령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는 한가지다.

개헌을 하더라도 자신이 직접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설 수 없기 때문에 국회에서 선출하는 총리가 되어 권력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재집권’ 욕심 때문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은 여야 정치권이 야합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더라도 결국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물론 현재 상황만 보자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지난해 6월 9일 보도된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국민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제가 40.9%, 5년 단임제가 29.4%, 의원내각제가 13.4%, 이원집정부제가 4.1% 무응답이 12.1%로 나타났다.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둘을 합해도 17.5%로 4년 중임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영호남과 충청 패권 세력인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이 서로 야합해 권력 나눠먹기에 해당하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을 추진해도 국민투표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미친 듯이 밀어붙이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데서 나온 오판이다.

이 대통령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임기 내에 ‘4대강 사업’을 완성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청계천 학습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당시 청계천을 임기내 복원하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결국 대통령자리에 까지 이르렀다. 물론 지금 청계천은 각종 문제가 속출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망국천’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바로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4대강 사업이 끝나는 시점에는 청계천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이 대통령의 발언권은 막강해 질 것이다. 그 때 이 대통령이 이원집정부제를 홍보하면서 개헌을 국민투표에 붙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상상만 해도 참으로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훗날 4대강에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땅을 치고 통곡해도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4대강 사업에 침묵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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