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숨은 친박표' 10%...어디로 갈까?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16 12: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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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번 6.2 지방선거는 사실상 친이 대 친노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던 ‘친박’이 이번 선거에서는 완전히 뒤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실제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공천에서 철저하게 배제했다.

지방선거 이후에 합당을 하기로 한 미래희망연대 인사들의 추가 공모를 받았지만, 그들 가운데 단 1명도 공천을 받은 자가 없을 정도다.

한나라당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풍(李風, 이명박 바람)’만으로도 지방선거의 승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록 박근혜 전 대표에게 지원요청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굳이 그에게 매달리지 않는 것은 ‘이풍’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야권이 후보 단일화를 이룬 것이나 한명숙(서울시장).유시민(경기지사).송영길(인천시장) 후보가 공조를 선언한 것도 ‘노풍’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권 심판론’ 대 ‘노무현 정권 심판론’이 팽팽하게 맞대결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럼, 친이와 친노 세력 가운데 누가 승리하게 될까?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현재 나타난 각종 여론조사 수치만 놓고 볼 때, 친이가 친노 세력을 앞서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 서울시장 후보나 경기도지사 후보 및 인천시장 후보 모두 한나라당 후보들이 적게는 오차범위 내에서 크게는 20% 가까이나 앞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치가 선거 막판까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숨은 표, 그 중에서도 특히 친박 표심의 향배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은 여론조사에 답변하지 않는 부동층을 숨은 표로 정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수치를 대략 10%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여야 후보간에 10% 지지율 격차가 있더라도 숨은 표로 인해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나라당 정두언 선대위 전략위원장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야당의 숨은표가 있고, 12% 수준으로 파악된다"고 밝혔고,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도 "작년 재보선에서 우리 후보가 승리할 때 10%의 숨은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즉 현재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 비해 10% 정도 앞서는 것은 실제로 앞서는 것이 아니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 ‘숨은 표’ 10%는 어떤 사람들일까?

물론 여러 성향의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절대다수가 ‘친박 표심’일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무심(無心)’을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에 그의 지지를 받는 친박 후보는 없는 상태다. 따라서 친박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누구를 지지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채 관망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자칭 친박 정당들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박심이 없다는 게 알려지면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 그런 정당의 후보들은 아예 이번 선거에서 변수조차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짝퉁 친박’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친박 표심이 현재까지 숨은 표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6.2 지방선거일이 되면 그들도 어떤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들 숨은 친박 표심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남아 있으니 미우나 고우나 친이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친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 박근혜 전 대표의 당내 입지가 좁아지니 차라니 친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친이가 승리할 수도 있고, 친노가 승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이번 선거 역시 숨은 표심, 즉 친박 표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나저나 ‘박심’이 없는 지방선에서도 이처럼 ‘박심’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은 역시 대단한 것 같다. 단지 이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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