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유시민 뜨고, 한명숙 안 뜨는 이유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19 17: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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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 거린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이후 그동안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났던 ‘반 MB’ 정서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단일 후보인 한명숙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최고 21.9%포인트에서 11.9%포인트까지 뒤지고 있다.

같은 수도권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유시민 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인천시장이 이기는 경우도 있는데 비해, 서울은 아직까지도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17일 각 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52.1% vs 38.3% (한겨레), 53.1% vs 33.7% (동아일보), 47.0% vs 35.1% (조선일보), 53.2% vs 31.3% (중앙일보)로 한명숙 후보가 오세훈 후보에 비해 절대 열세다.

물론 한 후보가 오 후보를 뒤에서 바짝 쫓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지만, 대체로 10%포인트 이상의 격차가 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국민들 사이에서 팽배했던 ‘반 MB’ 정서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라져 버린 탓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이번 지방선거는 전국에서 치러지는 선거로 ‘MB 정권 심판론’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2002년과 2006년의 지방선거에서 완승을 거두었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그 반증이다.

특히 경기도지사 선거와 인천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초접전을 벌이는 것도 ‘반 MB’ 정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유독 서울에서만 한 후보가 오 후보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박근혜 전 대표 지지자들의 선택 때문이다.

사실 한 전 대표의 당락은 야권 지지자들보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들 가운데 가장 높고 탄탄한 지지율을 갖고 있다. 특히 그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박근혜 마니아’라고 해도 될 만큼, 충성도가 대단하다.

그들은 대체로 당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에 의해 핍박 받는 박 전 대표의 모습을 무척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나라당 친이계에 대해서는 상당히 적대적이다.

실제 이들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치러진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친박(親朴,친 박근혜)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고, 친박 후보가 없는 데에서는 ‘반이(反李,반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도 했다. 그게 민주당 후보들에게 득이 됐고, 그렇게 해서 한나라당은 연전연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박 지지자들은 김문수 지사를 ‘반박(反朴, 반 박근혜) 후보’로 보고 있는 반면에 유시민 후보에 대해서는 ‘반이 후보’로 보고 있다.

실제 김 지사는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 ‘원칙과 정치신뢰’를 거론하며 ‘원안 +알파’를 주장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신뢰는 무슨 신뢰냐, 충청표를 얻으려고 표를 의식해 그러는 게 아니냐'고 비아냥거린 바 있다.
그러니 박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지만 김문수 후보는 결코 지지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에 비해 유시민 후보는 오히려 박 전 대표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실제 그는 최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관계에 대해 "같은 정당에 있으면서 공천을 통해 손발 다 자르고, 세종시를 백지화해서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 4대강 반대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국무총리가 결례가 되는 발언을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표는 고마운 분, 평생 업고 다녀도 될 분"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김 후보보다 오히려 유 후보에게 더 호감을 갖게 됐고, 그게 여론조사결과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는 다르다.

경선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나경원 의원이 탈락하고, 중립 지대에 있는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다.

더구나 오 후보 캠프에는 진영 의원과 이혜훈 의원, 이성헌 의원 등 핵심 친박 인사들이 대거 합류한 상태다.

따라서 박 지지자들은 오 후보에 대해서는 김문수 후보처럼 그다지 반발심이 크지 않다.

특히 한 후보는 유시민 후보처럼 ‘박근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줄도 모른다.

이게 MB심판론이 비등한데도 한명숙 후보가 뜨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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