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서울 구청장 선거, 무소속 돌풍예고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23 14:4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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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그동안 치러진 지방선거를 보면, 서울에서 무소속으로 구청장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었다.

한마디로 무소속 구청장 후보들이 설 자리는 아예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25개 구청장 가운데 무려 22석을 차지했는가하면,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던 지난 2006년에는 25석을 모두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른바 ‘한나라당’ 대세론 때문이었다.

당시 민주당 후보도 버티기 힘든 상태에서, 정당의 보호막조차 없는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들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방식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면서 ‘대세론’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해서 등 돌린 민심이 모두 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물만 좋다면, 무소속 후보라도 괜찮다’는 인식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폭넓게 형성돼 가고 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서울 양천구에서는 추재엽 무소속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권택상 후보나 민주당 이제학 후보보다 더블스코어 차이로 앞서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한나라당 권 후보측이 자체 여론조사를 했을 때도, 추 후보가 1위였고, 권 후보는 2위에 그쳤다.

반대로 민주당 이 후보측이 자체여론조사 했을 때는 추 후보가 1위, 이 후보가 2위로 나타났다.

누가 여론조사를 하든지 상관없이 무소속 추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양천구를 경합 열세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장 선거 역시 정동일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이 만만치 않다.

<시민일보> 여론조사 결과 정동일 후보는 한나라당 황현탁 후보와 민주당 박형상 후보와 함께 30%대에서 치열하게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나라당의 오락가락 공천에 반발해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이학봉 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 적통 정당임을 주장하는 평화민주당에서 김길원 후보를 냄에 따라 여야 각 정당 표의 분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마당이다.

정동일 후보가 “자신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다.

정송학 구청장이 무소속 출마한 광진구나, 맹정주, 김형수, 한인수 구청장 등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남 영등포 금천구 등도 무소속 돌풍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구청장을 ‘분리투표’ 하겠다는 유권자의 민심이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실제 한나라당 산하 기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16~17일 서울 성인남녀 2만7340명을 대상으로 ARS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22곳에서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구청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우세한 지역이 7개에 불과했다.

즉 과거 서울시장 후보로 1번을 찍으면, 구청장 후보도 1번을 찍었던 것과 같은 ‘줄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의 굳은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구청장 후보의 선택 기준으로 ‘인물.능력’(33.3%)을 가장 많이 꼽은 반면, 소속 정당은 14.6%에 불과했다.

유권자들이 여야 각 정 정당에 대해 이처럼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오만한 공천’에 있다.

공천 과정에서 주민 의사보다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의 의사를 더욱 중시하는 행태, 계파 공천의 이전투구 모습, 잠재적 경쟁자 죽이기 등등의 한심한 공천이 이뤄졌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치러진 지방단체장을 뽑는 재보궐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이 싹쓸이 했다.

정당 후보들은 단 한 명도 당선되지 못했다.

유권자들이 여야 각 정당에 경종을 울리는 방법으로 대거 무소속 후보들에게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 유권자들도 같은 방식으로 여야 각 정당의 오만한 공천에 대해 심판을 내릴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능력만 있다면, 한나라당 후보면 어떻고 민주당 후보면 어떻고, 또 무소속이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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