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천안함 침몰, 투표로 책임 묻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5-25 18: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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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말로 이해 할 수 없는 기막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46명의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실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민관 합동조사단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결과 발표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와 휴대전화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1.6%p)실시한 결과, 한나라당은 42.7%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민주당은 하락한 27.4%에 불과했다.

두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무려 15.3%p로 크게 벌어진 것이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두 30%대에서 접전을 벌였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조사단의 발표대로 북한의 어뢰에 의한 공격이 100%로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로서 천안함 침몰에 따른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게 옳다.

또한 그가 임명한 국방부 장관이나 해군참모총장 등은 북한의 군사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책임을 묻고 그 직위를 해제하는 동시에 군사재판에 회부함이 마땅할 것이다.

특히 북한의 잠수정은 유유히 우리 해안을 침투한 후 어뢰를 발사, 우리 군함을 침몰 시켜 무려 46명의 목숨을 빼앗고도 티끌하나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돌아갔다.

국방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마땅히 이에 대해 분노하고, 이명박 정부와 군을 향해 통렬하게 꾸짖어야 한다. 그런데도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으니 어찌된 노릇인가.

이는 사실상 이명박 정부와 우리 군을 향해 “잘했다”고 박수를 쳐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국가의 안보책임자가 ‘작전 중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발표를 너무나 태연히 하는 현실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런 정부를 응원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처세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이명박 정권의 안보대책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 가운데 병역 기피 인사들이 무려 절반 가까이가 되는데, 이들이 무슨 능력으로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들이 어떻게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겠는가.

군대의 불문율 가운데 하나가 ‘전투에서 지는 것은 용서받아도 경계에 실패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치욕적인 패전과 관련해 아무도 책임을 지는 자가 없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참사로 이명박 정권의 안보무능, 무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한마디의 사죄도 없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이 나서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정말 치욕적인 패전을 “잘했다”고 생각해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면 실망이다.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었는가.

위기 때마다 ‘똘똘’ 뭉쳐 군사정권에 대항하던 시민의식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

23년 전 6월 민주항쟁이 발생했다.

6월 항쟁의 폭발력은 컸다. 호헌조치 발표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신군부는 통제력을 잃고 당황했다. 6월 26일 전국적으로 시위대 수가 200만명이 넘어서면서 저항이 절정으로 치닫자, 결국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는 민심 수습을 위해 항복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즉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직선제 합의개헌을 약속했던 것이다.

6월 항쟁은 21세기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오늘 날 우리가 그 정신을 이어 받아야 한다.

6.2 지방선거에서 분노한 민심을 투표로 표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훗날 우리의 자녀들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자격이 없는 부모세대’라는 지탄을 받을 지도 모른다.

부끄러운 부모, 부끄러운 국민, 부끄러운 유권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번 치욕적인 패전의 책임을 반드시 투표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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