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왜 문제인가

김유진 / / 기사승인 : 2010-05-26 12: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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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

4대강 곳곳에 10미터가 넘는 댐을 건설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뜨겁다. 천주교 등 종교계가 교단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사회각계 인사 77인이 4대강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밤을 새워 가면서 공사를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한반도를 유유히 흐르는 우리의 4대강이 제 모습을 영원토록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은 시작부터가 잘못됐다. 강바닥을 포클레인으로 긁어내고 높이가 10-15미터 되는 댐을 줄줄이 세운다는 발상은 어느 나라의 수자원 정책이나 하천관리 정책에 있어 본 적이 없다. 2008년 촛불 시위 때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얼마 후 그 대신 하천정비를 하겠다고 했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도 처음에는 단순히 하천정비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작년 늦여름에 나온 ‘4대강 마스터플랜’은 16개의 보(사실상 댐)를 4대강 곳곳에 세워 홍수를 예방하고 물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4대강을 누비는 기막힌 풍경이 벌어지게 됐다.

4대강 사업은 위에서 벼락처럼 떨어진 것이라서 그것에 대한 여하한 사회적 합의를 이룬 적이 없다. 2000년대 들어서 우리의 하천정책은 자연친화적 하천관리를 강조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위에서 떨어진 4대강 사업은 그런 정책을 완전히 엎어 버렸다. 불과 몇 년 전에 건설교통부는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보완해서 발표했는데, 그간의 물 부족이 과다하게 계산되었다면서 물 수요 예측을 대폭 수정했다. 그러면서 수자원을 개발하기보다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서 개정된 하천법은 자연친화적 하천관리가 그 목적이라고 했고, 이를 위해 하천 보전지구와 하천 복원지구를 지정하고 하천 유수를 가두어 두거나 방향을 변경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하지 못하게 하였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물이 부족하고 홍수가 잦기 때문에 강을 파고 보를 여러 곳에 만들어서 물 공급을 늘이고 가뭄에 대비한다고 한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는 그럴싸하게 들리겠지만, 이 논리는 완전한 허구일 따름이다.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선 상류에 다목적 댐을 세워야하지 중·하류에 보를 세워서는 안 된다. 큼직한 다목적 댐은 가뭄이 들어도 물을 공급할 수 있고, 홍수가 나면 물을 가둘 수 있지만, 중·하류에 세운 10미터 높이의 보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런 보를 세우면 강물 체류시간이 길어져서 수질만 악화되고 하천생태계가 호소 생태계로 바뀌어서 주변에 안개가 많이 끼는 등 기상조건이 나빠지고 하천변의 습지가 소실되어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진다. 전국의 4대강 공사장에서 이런 모습은 벌써 볼 수 있다.

정부는 16개 보를 세워서 물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신빙성이 없는 주장이다. 한강은 수량이 풍족해서 물 공급을 늘릴 이유가 없다. 금강 유역은 대청호에서, 그리고 영산강 유역은 섬진강 물을 끌어 쓰기 때문에 보로 인해 생기는 물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다. 낙동강에는 보를 8개나 세우지만 이로 인해 생겨날 8개의 인공호수에 담겨 있는 물은 구정물이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 것을 인식한 정부는 부산에는 지리산에 댐을 새워서 물을 공급하고, 대구에는 안동댐 물을 구미 상류에서 직접 공급하려고 한다. 이 두 개의 사업비가 또 4~5조원이 달한다고 하니, 4대강 사업은 국민 세금 먹어치우는 하마라고 할 것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의 사패산 터널이나 경부 전철의 천성산 터널 공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은 그러한 사업이 환경을 너무 훼손한다고 해서 일어난 것이다. 어느 누구도 터널을 건설해서 발생하는 도로와 고속철이 우리에게 주는 편익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그것이 초래하는 처참한 환경파괴는 차지하고, 사업으로 인해 어떤 편익이 나오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없다. 4대강 사업은 홍수나 가뭄을 예방하지도 못하고, 물 공급을 증가시키지도 못한다. 오히려 그로 인해 아름다운 강의 경관이 파괴되고, 많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인 습지가 사라지는 등 엄청난 부작용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4대강 사업이 즉시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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