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광부 옷을 입은 채,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진을 발견했던 그때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그의 온몸은 석탄으로 뒤범벅이 된 초라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한 장의 사진은 100일 민생대장정의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그의 대장정 역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가슴이 ‘찡’할 정도의 뭉클함이 밀려왔었다.
물론 처음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매우 냉담했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거세게 일었다. 실제 그동안 정치인들의 민생투어는 형식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전 지사의 탄광 사진은 ‘정치 쇼’가 아니었다.
거기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한 두 차례의 형식적인 민생탐방이 아니라 막노동에 가까운 100일 민생탐방을 지켜보고도 그의 진정성을 헤아리지 못한다면, 우리는 유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진면목이 요즘,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실제 국민들에게 물어 봤다.
조만간 실시될 여야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대표를 맡는 게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전 지사가 좋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한나라당에서 박 전 대표가 42.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고,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가 22.6%로 역시 1위를 차지했다.
‘광부 손학규’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국민들이 손 전 지사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손 전 지사가 그런 국민들을 향해 응답할 차례다.
손 전 지사가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른바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28 재보궐선거에서 ‘MB 정권 2인자’로 통하는 이재오 국민권인위원장과 맞장을 뜨는 것이다.
수도권을 포함, 전국 8곳에서 실시되는 이번 재보선은 지방선거 이후 민심의 동향을 확인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도 지방선거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서도 이 대통령의 의중이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이번 7.28 재보선에서 민심이 어떤지 분명하게 재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이번 재보선 선거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인 은평을에서 반드시 야권이 승리해야 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출마 결심을 굳힌 상태다. 그는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기도 한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비록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여전히 그 지역에서는 ‘맨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더구나 현 권력의 2인자 아닌가.
그를 상대로 확실하게 승리를 거두자면, 적어도 손 전 지사쯤은 나서야 한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물론 막강한 이 위원장을 상대로 싸우다가 패할 경우, 손 전지사의 이미지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 7.28 재보선을 피해 간다면, ‘광부 손학규’의 감동도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따라서 손 전 지사는 결심을 굳히고 도전해야 한다.
망설이지 말고 `이재오 대항마'로 즉각 나서라는 말이다.
이재오 위원장이 누구인가. 그는 ‘한반도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의 승리는 사실상 ‘대운하’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4대강 사업’에 힘을 불어 넣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민 10명 중 8명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이 중단되느냐, 아니면 그대로 밀어붙이느냐 하는 것이 은평을 선거 결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다른 지역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반드시 야권이 승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자면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광부 손학규’의 결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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