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근혜 대표론’ 정답은 따로 있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17 12: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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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여부를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여권은 지금 6.2 지방선거 참패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패닉상태에 빠졌다.

소위 ‘위기 탈출방안’이라며 온갖 해괴망측한 제안들이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박근혜 대표론’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세대교체론’을, 홍사덕 의원은 ‘박근혜 대표론’을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쇄신파들은 ‘세대교체론 + 박근혜 대표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모두 틀렸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세대교체론을 보자.

이건 정말 황당한 이야기다.

항상 지적하는 말이지만 국민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오만하고 독선적인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을 응징한 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 스스로 이를 반성하고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처방으로도 한나라당을 살릴 수는 없다.

하물며 ‘MB 세대’라고 불리는 정두언-남경필 의원과 같은 젊은 사람으로 당 지도부를 교체한다고 해서 등 돌린 민심이 돌아 올 수 있겠는가. 어림도 없다.

권영세 의원의 말처럼, 60대 '예스맨'이 40대 '예스맨'으로 가면 '세대교체론'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로 7.28 재보궐선거에서 보다 더 가혹한 응징이 가해질 뿐이다.

그럼 홍사덕 의원의 ‘박근혜 대표론’은 어떤가.

얼핏 맞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아무런 전제가 없다는 면에서 역시 정답은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지방선거에 나타난 민심은 ‘이명박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응징’이다.

MB 스스로 국정운영방식을 전환하는 게 빠른 치유책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이 대통령은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 실제 그는 지난 14일 라디오 연설에서 ‘4대강 강행’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원내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는 거대 여당이 직접 나서서 이를 제지해야만 한다.

즉 이 대통령이 민심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밀어붙이지 못하도록 여당 대표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 적임자라면 당연히 박근혜 전 대표다.

하지만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게 문제다.

지금 같은 상황, 즉 청와대와 대통령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라면 설사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도 아무 역할을 할 수가 없다.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표론’에는 몇 가지 전제가 붙어야 한다.

먼저 한나라당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권과 대권분리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갈 때에 여당 대표로서 호되게 질책할 수 있고, 국민의 사랑도 되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지 친이-친박 갈등 봉합책으로 박근혜 대표론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이 대통령의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화합형 대표’를 맡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전대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표론’은 반드시 ‘추대’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런데 홍사덕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당 대표론을 제기하면서도 “민주정당에서 추대라는 말은 적합치 않다”고 반대하고 있다.

물론 원론적으로 그의 말은 맞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 주류세력, 즉 당권을 쥐고 흔드는 쪽에 적용되는 것이지, 당내에서 아무 실권도 갖지 못한 사람을 절대다수가 추대하자고 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할 필요는 없다.

특히 경선에 출마해서 당대표가 되는 것과 추대에 의해 당대표가 되는 것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추대’가 전제돼야 한다.

경선을 하려면, 박 전 대표가 무엇인가를 국민과 당원들 앞에 약속해야만 한다. 그런데 아무런 힘도 없는 박 전 대표가 약속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아무 것도 없다. 그의 성품상 거짓 약속을 못한다.

박 전 대표가 ‘불출마’의사를 거듭 밝히고 나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반면 추대를 하려면,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당원들이 박 전 대표 앞에서 약속을 해 주어야 한다.

즉 박 전 대표에게 “당헌 당규에 따라 당권과 대권분리 원칙이 지켜지도록 우리가 힘이 되어 드릴 테니, 대표를 맡아 주십사”하고 간청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결국 그것이 약속이 되어 박 전 대표로 하여금 ‘힘 있는 여당 대표’, ‘독선 견제 대표’의 직무를 수행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릴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친이-친박 갈등 봉합을 위한 ‘화합형 대표’는 정답이 아니다. 그것은 침몰하는 이명박 호에 박 전 대표의 동승을 강요하는 것으로 동반몰락을 초래할 뿐이다.

오직 이명박 독선에 제동을 거는 ‘견제형 대표’가 돼야만 박 전 대표도 살고, 한나라당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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