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MB세대’로 불리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7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남 의원은 이날 출마선언문을 통해 "집권여당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튼튼히 뒷받침해야 하지만 국민의 뜻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면 대통령에게도 'NO"라고 해야한다"며 "당이 청와대의 단순 집행기관이 돼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남 의원과 같은 ‘MB 세대’로 분류되는 정두언 의원도 지난 15일 전대 출마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라는 문건을 통해 “지방선거 패배 후에 열리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근본적 변화를 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함께 내후년 총선의 승리와 정권재창출에도 성공할 수 있다”면서 “당중심의 국정운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 의원과 정 의원의 전대출마를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뻔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번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어디까지나 6.2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은 자숙하고,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그런데 국민을 우롱해도 유분수지 감히 당 대표를 꿈꾸며 전당대회 출마라니...
남경필-정두언 의원은 어떤 인물인가.
우선 그들은 6.2 지방선거를 참패로 이끈 당사자들이다.
정두언 의원은 중앙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 6.2 선거의 모든 기획을 총괄하는 책임자의 위치에 있었고, 남경필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6.2지방선거 후보들을 영입하는 중책을 맡았었다.
결과는 한나라당의 참패다. 따라서 이들은 정몽준 대표와 함께 책임을 지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4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젊고 활력 있는 정당론’을 언급하는 등 이들 ‘MB 세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하자,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설쳐댄다.
특히 ‘MB세대’인 이들은 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혹은 ‘나팔수’ 노릇을 하도록 만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결코 전대에 나와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대거 낙선한 이유가 무엇인가.
미디어법,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등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의 분노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런 일에 총대 메고 앞장서서 국민들을 분노케 했던 사람들은 이번 전대에서 뒤로 빠지는 게 옳다.
그럼, 누가 그동안 총대를 메고 설쳐댔는가.
바로 ‘MB 세대’인 이들이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 경선 당시부터 MB에게 ‘M&A’를 제안하는 등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졌던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에게도 'NO"라고 해야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그가 대통령 앞에서 ‘노’라고 발언한 적이 있었는가.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물론 그런 덕분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지도 모른다.
정두언 의원은 어떤가.
그는 아예 한 술 더 뜬다.
실제 그는 지난 18일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4대강 사업, 세종시, 미디어법 등 논란이 된 정책에 대해 언제 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냐'는 지적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특히 그는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가 다수인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되더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한나라당이 이명박 ‘거수기’노릇을 한 것이나 ‘나팔수’노릇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렇게 회초리를 맞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젊고 활력 있는 정당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세대교체가 쇄신의 핵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 가관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 앞에서는 찍소리조차 못하는 ‘60대 예스맨’만 싫어하는 게 아니다. 어쩌면 남경필 의원이나 정두언 의원 같은 ‘젊은 예스맨’의 행태를 더 역겨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담하거니와 MB 세대, 즉 ‘젊은 예스맨’들이 전면에 나서는 한나라당이라면 더 이상 희망이 없다. 7.28 재보궐선거, 나아가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국민들로부터 더 가혹한 매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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