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소통 거부하는 MB 정권의 한계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21 17: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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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6.2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응징하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도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21일 국회에서 "지방선거 결과가 4대강, 세종시 등에 관한 민심이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라 인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미래를 대비해 진정성을 갖고 일을 추진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참 가관이다.

어쩌면 이것이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이명박 정권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지금 4대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떠한가.

아주 냉담하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 4대강 사업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중단하거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35.4%에 달한 가운데 '규모를 줄이거나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31.7%에 달했다.

반면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는 21.4%에 그쳤다. 우리 국민 10명중 겨우 두 명 정도만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고집스럽게 이를 밀어붙이고 있으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추풍낙엽신세가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다.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은 35.1%로 증가한 반면, '수정안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지난해 12월 46.5%에서 이번에는 35.0%로 11.5%포인트나 급락했다.

그런데도 이른바 ‘MB 세대’라고 불리는 한나라당 친이(親李,친 이명박) 의원들이 오기를 부리고 있다.

실제 여야가 세종시 수정안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해 사실상 폐기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던 세종시 문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는 22일 각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세종시 관련법안을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 일부가 수정안을 본회의에 직접 회부해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법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서는 본회의에서의 수정안 표결 상황에 대비, 표 단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친박계까지 반대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볼 때, 의석 분포상 반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친박 결집도가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즉 친박계 일부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거나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반대표 행사를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친이 일각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전체 본회의에 직접 회부하겠다며 오기를 부리는 것도 이런 계산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한나라당내 ‘MB세대’와의 소통만 강화하는 데에는 이런 꼼수가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얻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아무 것도 없다.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통해 재집권을 모색해 보려 하지만, 그것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미 민주당은 개헌의 방향을 ‘4년 중임제’로 결정한 마당이다.

정세균 대표가 ‘민주당 당론은 4년 중임제 개헌’이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은 상태다.

국민여론도 4년 중임제가 45.8%에 달했다.

국민 두 명 중 한명이 4년 중임제로의 개헌을 희망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5년 단임제를 지지한다는 여론도 27.3%나 된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이 꿈꾸는 이원집정부제는 8.8%에 불과하다.

기타 정ㆍ부통령제가 7.9%, 의원 내각제가 5.0% 등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재집권 꿈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해서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MB 세대’ 여당 의원들과의 소통만 고집한다면, 이 대통령의 재집권은커녕 한나라당에 의한 차기 정권창출의 꿈도 사라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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