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출마냐 불출마냐’를 놓고 고심하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결국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22일 <시민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오는 25일 은평구 관내에서 당원단합대회를 열고, 28일에는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할 계획이다.
어쩌면 이 위원장은 이번 재선거를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그는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왜냐 하면 일반적으로 재선거는 투표율이 저조하고, 저조한 투표율은 곧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6.2 지방선거의 전국 투표율이 약 54.5%였다. 반면 재보궐선거 중 가장 최근에 치러진 10.28 선거의 5곳 평균 투표율은 39.0%로 매우 낮았다.
그나마 이건 투표율이 비교적 높은 편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2005년 이후 최근 5년간 실시된 역대 재보선 평균 투표율은 34.9%다.
특히 2000년 이후 17번의 재보선에서 투표율 30%를 넘긴 선거는 8차례에 불과했다. 20%대의 극히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한 재보궐선거가 더 많았다는 말이다.
결국 이런 추세가 은평을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번 투표율 역시 30%내외로 상당히 저조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오 위원장의 당선은 사실상 ‘예약’ 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왜냐하면 이 위원장은 이 지역에서 터를 잡고 정치생활을 한지 이미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 2인자’라는 프리미엄으로 인해 제법 탄탄한 지역조직까지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그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조직만 가동시켜도 10%대는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반면 그의 상대로 거론되는 장상 한광옥 정대철 김근태 손학규 이계안 등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국민참여당의 천호선, 진보신당의 심상정 등 대부분은 지역연고가 없는 사람들이다.
즉 개인 조직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30%대 내외의 저조한 투표율이라면 이미 10% 정도의 개인 조직을 갖고 있는 이 위원장의 당선을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위원장에게 있어서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땅 짚기 헤엄치기’인 셈이다.
그가 재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에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은평을 재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다.
실제 지금 이재오 위원장이 출마하는 이 지역의 재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투표를 통해 ‘MB 정권 2인자’에게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비등하다는 말이다.
대체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위원장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오만함과 독선에 대해 가혹한 응징을 내렸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반대하고, 겨우 두 명만 찬성하는 사실상의 한반도 대운하사업이라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겠다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확인사살’하기 위해서라도 ‘MB 정권 2인자’인 이재오 위원장을 낙선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 위원장이 권력의 단맛에 취한 듯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원들에게 "질문을 똑똑히 하세요. 질문 같은 것을 (질문)해야죠."라며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한 분노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여론에는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만 동조하고 있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이재오를 낙선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다.
실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팬클럽 가운데 하나인 ‘박사모’에서는 “머지않아 표로 심판받을 터이니, 하던 그대로만 계속 해라”며 “이재오, 도망가지 말고 꼭 나와 주시기 바란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다른 곳은 몰라도 최소한 은평을 지역 투표율은 6.2 지방선거 때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그보다 더 높을 지도 모른다.
투표율이 최소한 50%대만 되도 이 위원장의 당선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30%대의 투표율로 이 위원장이 승리 할지, 아니면 50%대의 투표율로 이번에도 그가 좌절하게 될지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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