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는 소위 ‘내로라’하는 야권 인사들이 벌떼 같이 모여 들고 있다.
실제 민주당에선 고연호 지역위원장, 장상 최고위원, 송미화 전 서울시의원, 언론인 출신의 최창환씨 등이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이밖에 교육부장관 출신 윤덕홍 최고위원도 출마를 선언했으며, 손학규 김근태 한광옥 정대철 이계안 전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도 자찬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참여당에서는 천호선 서울시당 위원장이 23일 공식 출마선언을 했고, 미래연합에서는 정인봉 변호사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진보신당의 심상정 전 대표도 야권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아직도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이명박 정권을 한 번 더 심판하기 위함”이라고 자신의 출마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한나라당 후보들을 대거 낙선시키는 것으로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응징했다.
세종시 문제와 4대강 문제에 대해 이미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백지화를 선언하지 않고, 국회에 떠넘기면서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고 말았다.
실제 이 대통령을 추종하는 한나라당 친이계는 수정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됐음에도 이에 대해 승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본회의에 올려야 한다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또 국민 10명 가운데 무려 7명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안하무인인 이명박 정권에 대해 은평을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다시 한 번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게 야권 출마예상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면, 왜 하필 8개 선거구 가운데 은평을에 이처럼 야권 인사들이 모여드는 것일까?
그것은 한나라당 후보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유력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위원장은 25일 은평을에서 당원 단합대회를 열고, 28일 경에는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위원장이 누구인가.
그는 ‘한반도 대운하 전도사’를 자처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현재 4대강 사업은 어마어마한 규모와 무수히 많은 보 건설 등으로 인해 ‘대운하 전단계’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그는 ‘4대강 사업 나팔수’로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MB 정권 2인자’다.
따라서 그의 승패는 단순히 여야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만일 그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어찌될까?
이명박 정권은 그의 승리를 ‘4대강에 대한 국민의 지지’로 해석하고,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특히 그의 지지를 당내 친이 세력에 대한 지지로 오인해 친박계를 더욱 탄압하는 계기로 삼을 공산이 크다.
이명박 정권에 확실하게 ‘경고장’을 날리기 위해서라도 은평을에서 만큼은 반드시 야권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게 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재.보궐선거의 최근 투표율은 30% 내외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이렇게 저조한 투표율이라면 그 지역에서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후보가 유리하게 돼 있다.
이재오 위원장은 이 지역에서만 십여년 이상을 터를 닦아 온 사람이다. 반면 야권 출마 예상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위원장이 대단히 유리한 위치에서 싸우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진정으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의지가 있다면 당선 가능한 인물을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
그럼 누가 적임자일까?
필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현재 민주당 내에서 그만큼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인사도 없다.
실제 한국일보가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민주당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22.6%로 가장 높았다.
아마 이재오 위원장과의 가상대결을 벌이더라도 그만큼 높은 지지를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조한 투표율을 50%대까지 끌어 올려 승리하자면 손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야권단일화는 필수적이다.
야권, 특히 민주당은 이 지역 승패에 사활을 걸고 임해야 한다. 국민이 그것을 바라고 있다.
즉 차기 당권 경쟁을 의식한 ‘엉터리 공천’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만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이 같은 국민의 염원을 저버릴 경우,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가 민주당을 향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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