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7.14 마이너리그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경량급 인사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그 모습이 한마디로 ‘동네 꼬마들의 잔치’를 연상케 한다.
실제 이번 전당대회에 박근혜 전 대표는 물론,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등 소위 ‘내로라’하는 당내 유력인사들은 모두 불출마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개나 소나’ 다 지도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번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들이 모두 ‘개나 소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비록 초선 의원이기는 하지만, 당내 쇄신 모임을 이끌면서 연판장을 돌린 김성식 의원과 같은 ‘뚝심’ 있는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대세론’에 굴복하지 않고, 초지일관 ‘중립’을 지킨 소신 있는 정치인이다.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정두언 남경필 안상수 의원의 경우는 정말 아니다.
이번 전대는 지방선거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쇄신 전대’가 돼야 한다.
쇄신을 하자면, 당연히 자기반성이 따라야 한다.
그 모범적인 사례가 바로 서울시당 위원장인 권영세 의원이다.
그는 이번 전대 유력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다. 시당위원장 경선 당시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출마한 전여옥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었다. 탄탄한 지지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한 역전 드라마였다.
따라서 그가 경선에 뛰어 들 경우 지도부 입성은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 권 의원은 “서울 지역의 지방 선거를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말 그대로 충격적인 패배에 대해서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 오히려 다른 것보다 더 필요하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접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직접 선거에 나서 진두지휘하지는 않았으나, 시당위원장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두언-남경필 의원은 어떤가.
두 사람은 모두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 정 의원은 중앙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으로 6.2 선거의 모든 기획을 총괄하는 책임자의 위치에 있었고, 남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한나라당 참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게다가 두 사람은 ‘MB 세대’의 ‘예스맨’으로서 한나라당 쇄신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사람들이다.
정 의원은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에 대해 지방선거에 이미 심판을 받았음에도 불구 이를 강행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에 연일 힘을 실어주는 ‘예스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 의원 역시 오랫동안 당권 주변부만을 맴돌았던 사람으로서 ‘쇄신’과는 거리가 멀다.
안상수 의원은 아예 한 술 더 뜬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 경기도선대위원장을 맡았으나, 경기도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고 말았다. 직접적인 책임자의 위치에 있었다는 말이다. 특히 그가 원내대표시절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미디어법과 4대강 사업 예산을 강행통과 시킴 점 등이 민심을 한나라당과 더욱 멀어지게 만든 요인이라는 점에서 결코 그 책임이 작지 않다.
게다가 '좌파교육 때문에 아동 성폭행이 발생한다'는 황당한 발언을 하거나, '좌파 성향 판사', '좌파 스님' 운운하는 발언 등으로 한나라당을 ‘이념 비방에 매달리는 꼴통 보수당’으로 낙인찍히게 만든 장본인 아닌가.
만일 이번 전대에서 이들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새로운 지도부에 포함된다면, 한나라당은 그날로 끝장이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정두언 남경필 안상수 의원은 아직 나설 때가 아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고개 숙여 반성하며, 국민과 당원들 앞에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오직 ‘예스’하고, 따르던 그대들이 한나라당을 ‘쇄신’ 시키겠다면, 그거야 말로 ‘코미디’다.
정말 한 조각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그대들은 제발 나서지 마라.
국민들은 그대들의 뻔뻔함이 너무나 역겨워 토악질이 날 정도다.
부디 권영세 의원의 고개 숙인 자세에서 ‘출세의 정치’가 아니라, ‘올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한 수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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