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성과만 강조하는 이명박 정권하에서 이제는 국민의 충복이어야 할 경찰들마저 ‘국민의 안위’보다 결찰의 ‘성과’를 우선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에 경종을 울린 사람이 바로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다.
그는 지난 28일 이례적으로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침착한 표정으로 "(서울청의) 새 지휘부로 인해 (경찰들이)검거실적에만 매달리는 비참한 현실에 빠져들게 됐다"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현직 서장이 지방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검사스폰서 사건이 나면서 저는 경찰의 숙원인 수사권을 찾아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양천서 고문사건이 나면서 누구 하나 경찰이 검찰을 대신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말하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경찰이 실적에 매달려 허덕이면 국민 지지를 받기가 요원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극약처방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검거실적이 나쁘단 이유로 서울청장에게 질책 받고, 사람이 갑자기 돌변해서 '사복 갈아입고 도둑 잡는 데 매진해라' 지시하고, 아침마다 어젯밤에 몇 명 잡았는지 독촉했던 지난 한 달이 부끄럽고 고생한 경찰관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고개 숙였다.
그렇지 않아도 경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조현오식 성과주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마당이었다. 이미 ‘성과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임계치를 넘은 상태다.
실제 조현오 청장은 지난 2009년 1월 부임 이후 '음주운전안하기 다짐 서명부', '관서별 등급평가' 등을 통해 경찰 직원들의 퇴근 후 일과에 대해 적게 하는 등 개개인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채수창 서장의 기자회견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의 기자회견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이에 당황한 경찰청은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성과평가에서 하위평가를 받아온 현직 서장이 본청 지휘계통 보고 등 정상 절차를 통해 개선책을 건의할 수 있음에도, 언론 인터뷰라는 극단적 방법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조직 내 지휘계통을 위반한 기강문란 행위”라며 채수창 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지금 ‘성과위주 경찰’의 모습이 국민들 눈에는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경찰청은 정녕 모르고 있는가?
몇 가지 사례만 짚어보자.
검거 실적을 올리기 위해 경찰관이 없는 사건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일이 대표적이다.
실제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이 스스로 112에 신고를 하고 직접 출동하는 '웃지 못 할 일'을 한다는 건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고 한다.
특히 '성과주의'는 피의자들에 대한 무리한 조사를 불러오기도 한다. 성과점수가 더 높은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함이다.
'성과 점수'에 집착한 수사가 일반 시민에게 끼치는 피해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개인 점수와 고과를 매기기 때문에 이제는 '합의'니 '훈방'이니 하는 게 없어지고 지금은 무조건 처벌을 한다는 것.
양천경찰서 피의자 고문사건 역시 ‘성과주의’가 낳은 폐단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경찰청은 채수창 서장의 직위해제를 하기에 앞서 무모한 ‘조현오식 성과주의’의 폐단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옳았다.
오죽하면 채 서장이 “꼴찌 한 것이 부끄럽지 않고 꼴찌를 면해보려고 직원들에게 실적을 내라 요구했던 얼마 전의 기간이 더 부끄럽다”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겠는가.
지금 국민들은 성과를 위해 민주적 절차나 합법적 과정 등을 무시한 채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에 넌덜머리났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무조건 싫다’는 이른바 ‘MB 혐오증’에 걸린 국민들이 44%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겠는가.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도 ‘효율’이나 ‘성과’만을 강조하다보니,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정운영에 ‘효율’이나 ‘성과’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많은가.
민주적 절차도 필요하고, 합법적인 과정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동의가 따라야 한다.
경찰조직의 운영 역시 마찬가지다.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인권이 짓밟히는 부작용이 초래되는 것 아니겠는가.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경찰에게 묻는다.
그대들은 ‘이명박 경찰’인가, 아니면 ‘국민의 경찰’인가.
그대들이 진정 국민의 경찰이라면 즉각 채수창 서장의 직위해제를 철회하고, ‘조현오식 성과주의’, 즉 ‘이명박식 성과주의’를 과감히 폐기하고 국민들 품으로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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