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수정안 찬성 105명의 잘못된 소신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6-30 17: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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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세종시 수정안이 마침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수정안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의 수가 무려 105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게 단순히 ‘이명박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의원들의 숫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소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이 자신의 소신이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

그래서 더욱 걱정이다. 자신의 소신, 즉 자신이 평소 지녔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국민과의 약속이나 정치신뢰 따위는 집어 던져버려도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진 정치인들이 이렇게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아집이고, 고집일 뿐이다.

먼저 세종시 문제에 대한 필자의 입장부터 밝히겠다.

당초 필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이전을 추진할 당시 환영의사를 밝힌 바 있다.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29일 국회 세종시 수정안 표결에 앞서 반대토론자로 나서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의 8배, 파리와 베를린의 4배, 도쿄의 3배이다. 수도권 인구밀도는 OECD국가 중 최고다. 이 좁은 공간에 전 인구의 반이 모여살고 있고, 지방은 반대로 ‘텅텅’ 비어가고 있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고통이 커지고 있다. 결코 이대로 놔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관습법’을 이유로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판정을 내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해법을 모색하던 여야는 궁여지책으로 행정부처의 일부를 이전하는 내용의 세종시 법을 만들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토론에서 "역대 정부에서도 이 문제(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저도 세종시법을 만들 당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과거와 같은 정책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자는 데 합의했다"며 "그것이 세종시법 원안"이라고 설명한 것과 같다.

그러나 수도이전에 찬성하던 필자는 세종시 법안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것은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하던 사람들과 같은 이유다. 아무래도 효율성에서 큰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국 세종시법안은 만들어 지고 말았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공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선거 당시 세종시는 원안대로 간다고 국민들 앞에 수차에 걸려 약속까지 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및 한나라당 친이계 등 이명박 정권 실세들에 의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세종시 원안은 효율성면에서 문제가 있으니, 수정안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이 자신들의 소신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당초 세종시 원안을 반대하던 필자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정치인이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깨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인의 소신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게 국민과의 약속이나 정치신뢰 문제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소신을 과감하게 굽힐 줄 아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뜻보다 자신의 소신을 우선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 뜻을 외면한 소신은 아집이고, 오만이고 독선일 뿐이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 무려 44%가 ‘이명박 대통령은 무조건 싫다’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마찬가지다.

이번에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진 105명의 국회의원들.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들.

국민들은 그대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19대 총선에서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도록 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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