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朴 없는 ‘보수대연합’은 환상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7-01 15: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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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필자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보수대연합’이라는 미명 아래, 서로 손을 잡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우선 ‘박근혜 죽이기’와 ‘분권형 개헌’이라는 둘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자나 깨나 오직 ‘박근혜 고립’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실제 MB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정운찬 카드’를 꺼내 봤지만 역부족이었고, ‘정몽준 카드’ 역시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이회창 카드’를 생각해 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昌(이회창)역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대권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그로서는 MB가 내민 손이 더 없이 반가울 것이다.

자유선진당 후보로 차기 대선에 나가는 것보다는 거대 여당 후보로 출마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MB는 꿈에 그리던 ‘박근혜 견제 카드’를 가질 수 있어서 좋고, 昌 역시 그토록 염원하던 ‘대통령 꿈’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으니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실제 이런 이유로 ‘보수대연합’이라는 틀이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른바 ‘MB세대’라고 불리는 한나라당 친이계 정두언 의원과 ‘MB 나팔’이라고 불리는 안상수 전 원내대표도 보수대연합을 띄우고 나섰다.

정 의원은 지난 30일 오전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당연히 (보수)대연합을 해야 하고 누구나 다 공감을 하는 문제이고 그렇게 움직일 거라고 확신한다”며 “(자유선진당과) 궁극적으로 합당이 좋겠고, 여러 가지 형태로 논의되고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상수 의원도 지난 2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 박근혜, 이회창을 포함한 모든 정치단체, 정치세력 또 보수적 시민단체까지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회창 대표 역시 지난 7일 "지방선거 결과를 보고 일종의 전율을 느꼈다"며 "2002년 대선과 아주 판박이다, 보수 세력은 지금 이해타산을 따질 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치로 돌아가기 위해서 대연합의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보수대연합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어쩌면 이미 MB와 昌 사이에는 보수대연합의 논의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지도 모른다.

특히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기 때문에 이회창 대표를 국무총리로 발탁하는 형태의 보수대연합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모양새가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되면 먼저 ‘昌 총리론’ 대신에 선진당 소속 의원 일부를 입각시키는 방안을 먼저 추진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이후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미래희망연대 등 3당이 합당하는 형태를 취할 것이고, 昌은 MB의 든든한 지원 아래 거대 보수당의 당권마저 장악하려 들 것이다. 물론 자신이 통합 거대 보수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함이다.

그렇게 되면, MB는 昌을 앞세워 분권형 개헌, 즉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즉 이회창 대표는 MB 후계자로 이원집정부제 하에서 대통령이 되고,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후 실권을 가진 국무총리로 재집권하는 형태의 ‘보수대연합’ 시나리오가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지금 대한민국의 중심은 MB가 아니라 박근혜 전 대표다.

이는 세종시 수정안 국회표결에서 여실히 증명된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가 반대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인 셈이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4년 중임제를 강력 추진할 경우, 이 대통령은 이를 저지할 힘이 없다.

더구나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최근 “민주당 당론은 대통령 중심제”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은 바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4년 중임제’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그것이 국민의 바람이기도 하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4년 중임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지 않는가.

이런 상태라면 MB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 될 수밖에 없고, MB가 내세운 昌 역시 비참한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박근혜 변수를 무시한 그들만의 보수대연합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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