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MB 나팔수’나 ‘MB 거수기’, 아니면 ‘MB 세대 예스맨’들만 우글거리던 한나라당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불과 10일도 채 남지 않은 지난 5일 당 청년위원회가 당의 행태를 꾸짖고 나섰다.
청년위는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과의 소통, 특히 청년세대와의 소통 없이는 결코 성공적인 정권재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줄세우기' 금지 ▲후보들의 소통 실천방안 제시 ▲청년이 중심이 된 정권재창출 기반 구성 등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회의원 63인이 발표한 전대 성명서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4일 한나라당 국회의원 63명은 "'줄 세우기'를 배제하고 대의원들의 자유투표를 보장하기 위해 엄중한 경선 관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집단서명을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전달한 바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오로지 ‘이명박 대통령 눈치 보기’에만 급급한 실정이었다.
그러다보니 전대 출마자들 사이에서는 충성경쟁이 노골적으로 벌어졌고, 급기야 안상수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6.2 지방선거 참패원인인 ‘당청일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모 전 구청장은 “우리가 언제 선거를 도와 달라고 한 적이 있었느냐. 정부가 가만히만 있었으면 우리는 이길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모두를 낙선 시켰다”고 한탄했다.
또 모 전 시의원은 “정부가 잘못했을 때, 당이 견제하는 형식만 보여줬어도 우리가 낙선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이 ‘청와대 똘마니 집단’ 노릇을 하니 국민들이 화난 거 아니냐”며 “전당대회에서 그런 인간들한테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지금 한나라당 주류는 친이다.
친이계 의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들은 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특정 후보 측에 노골적으로 줄서기를 할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 대의원들에게도 은근히 자신의 뜻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
마치 대통령 경선 당시 ‘이명박 대세론’을 맹목적으로 따르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망하건 말건 오직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강한 사람이 대표로 선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친이 당권주자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당 청년위원회 대의원 등 투표에 참여하는 상당수는 ‘친이’가 아니라 ‘친 한나라당’이라는 사실이다.
바로 그들이 당을 중심에 두지 않고, 오직 대통령의 안위만 염려하는 사람들을 향해 “똑바로 해”하고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대의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태세다. 따라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혁명이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어쩌면 각 언론이 양강구도로 분석하면서 대표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유력후보들이 낙선하는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것은 곧 한나라당의 건강성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반대로 자신들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떨어지도록 만든 사람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그런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많을 경우 한나라당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정당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분노해야 할 일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침묵하는 대의원들, 또 그들의 지지를 받은 사람들이 이끄는 정당이라면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한나라당은 지금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전처럼 당에 ‘MB 나팔수’나 ‘MB 거수기’, 아니면 ‘MB 세대 예스맨’들만 우글거린다면, 등 돌린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한나라당 대의원들이여 그들, 즉 ‘MB 나팔수’, ‘MB 거수기’, ‘MB 세대 예스맨’들에게 분노하라.
만일 줄서기를 강요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기꺼이 돌을 던져도 좋다.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우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떨어진 것 아니냐고 호되게 야단쳐도 무방하다.
지금, 대의원들인 그대들이 나서서 혁명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4년후 지방선거에서 그대들은 또 낙선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부디 알아서들 판단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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