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두언 의원이 12일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도무지 감동이 없다. 그래서 눈물을 흘렸다기보다는 ‘질질 짰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정 의원은 이날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력투쟁설과 관련, "이번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와 정부 내 비선조직의 존재와 불법행위 이후 일부 측근의 부당한 인사개입"이라고 밝히다 갑자기 통곡했다.
‘파랑새다’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한 네티즌은 그의 눈물을 보고 ‘악어의 눈물’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자기들끼리 권력내부투쟁벌이다가 밀리니깐 내부폭로 한 거 아니냐”며 “국민들로부터 동정 받고 싶어 억지로 흘리는 눈물”이라고 꼬집었다.
또 ‘카모마일’이라는 네티즌은 “조선시대 반정개국공신이 그 주군으로부터 소외당했던 것도 아니고, 공화국 국민의 선출직 대표가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었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며 남몰래 눈물을 흘렸었다면, 그 자신을 자신들의 대표라고 뽑아준 그 지역의 공화국 국민들은 도대체 뭐가 되느냐”고 비아냥거렸다.
그럼, 정두언 의원이 눈물을 흘린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몇몇 소장파 친이계와 이상득계인 영남권 친이계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민간인 불법 사찰에서 촉발된 의혹이 ‘영포목우회’를 거쳐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일부 소장파들이 친이상득계인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의 인사 전횡 논란과 관련해 “선진국민연대의 (국정농단) 문제는 100건은 더 있다”고 포문을 열고 나섰다.
가만히 있을 선진국민연대가 아니다. 이 모임 출신의 장제원 의원이 "구태 정치"라고 정두언 의원에게 반격을 가했다.
이러다보니 당 안팎에선 "일부 수도권 친이계 소장파 의원들이 선진국민연대 관련 자료를 쌓아 두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이상득계 의원들이 정 의원을 손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등등 각종 흉흉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그러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 의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12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사태에 대해 ‘왜 내분이 있는 것처럼 하느냐. 권력투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다른 의원을 통해 정 의원 측에 전달했다는 것.
그래서 정 의원이 이날 눈물겨운(?)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정 의원은 "이것을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정부 때나 있었다. 5년마다 판박이처럼 반복되는 역사"라며 "이럴 때마다 권력투쟁으로 몰고 가 덮었다. 덮다 곪아터져 항상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역시 권력의 핵심부에 있었던 사람이고, 지금도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다.
실제 그는 ‘MB 세대’의 대표적 인물로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지방선거를 이끌어 참패했음에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당대표가 되겠다고 전당대회에 나섰다.
서울시당위원장인 중립진영의 권영세 의원이 단순히 시당위원장이라는 직을 지냈다는 이유로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과는 확연히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는 현 정권의 실세로서 아무것도 책임지는 일 없이 누릴 것은 모두 누리고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당내 초계파 쇄신 의원인 김성식 의원이 “‘권력의 사유화’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미 권력투쟁의 당사자가 된 정두언 후보, 정말 스스로 말하는 진정한 당의 변화를 위해서 살신성인의 자세로 사퇴할 용의는 없느냐. 그래야만 정두언 후보가 그동안 말해 온 구체제의 복귀냐, 신체제의 선택이냐는 전당대회의 의미가 더 분명해 지는 것 아니냐”고 후보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겠는가.
기왕 눈물을 흘릴 것이라면,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 당사자로서, 권력을 누려온 친이 핵심 인사로 당의 쇄신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선언했더라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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