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은 안상수를 당 대표로 선택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이 안상수를 점찍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우선 안상수 후보는 당내에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도 15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안상수 대표는 독자적인 세력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안상수 대표가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는 나경원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보다도 지지율이 훨씬 낮았다.
그런데도 그가 친이계의 대표주자로 당 대표에 당선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보이지 않는 손’이 전당대회에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게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물론 이명박 대통령일 것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안상수를 점찍었기 때문에 독자세력도 없고, 여론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는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안상수 대표는 ‘MB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안상수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취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왜, MB는 안상수를 당 대표로 점지해 준 것일까?
그가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대통령의 뜻이라면 무조건 복종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그는 원내대표 시절, 이른바 ‘MB 악법’이라고 불리는 미디어관련법 등을 밀어붙이는 등 ‘대통령의 뜻’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MB가 안상수 대표를 점찍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안상수 대표를 앞세워 국회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대체 그게 무엇일까?
바로 ‘이원집정부제’ 개헌이다.
필자는 1년 6개월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재집권 프로젝트’ 존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 친이 세력이 집요하게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는 이유가 바로 ‘MB 재집권’을 위한 노림수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안상수 대표는 취임 첫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야당 대표와 자주 만나서 개헌에 대해 논의를 할 생각"이라며 "내 개인적인 소신은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밝혔다.
그는 원내대표 시절에도 입만 열면 이원집정부제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국회에서는 원내대표 연설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문제를 논의하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가 말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란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국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사실상의 모든 권한을 갖는 ‘이원집정부제’다.
실제 그는 그"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없애려면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가장 이상적 형태"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MB는 안상수 대표를 앞세워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고,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실권을 가진 총리가 된다는 ‘프로젝트’를 실현시키기 위해 그를 대표로 점지해 준 것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친이계와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이구동성으로 ‘보수대연합’을 거론하는 것도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러면 MB와 안상수 대표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선 제1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최근 “민주당 당론은 4년 대통령 중임제”라고 확실하게 못을 박은 바 있다.
여당 내 친박 측도 반대다.
한 친박계 의원은 <시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원집정부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 권한은 줄이고 실권은 친이계가 계속 쥐려는 구상으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 여론이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지난해 6월 9일 보도된 한국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공동 조사한 국민의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제가 40.9%, 5년 단임제가 29.4%, 의원내각제가 13.4%, 이원집정부제가 4.1% 무응답이 12.1%로 나타났다. 의원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는 둘을 합해도 17.5%로 4년 중임제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결국 MB와 안상수 대표의 꿈, 즉 이원집정부제 개헌 노력은 국민갈등만 증폭시키다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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