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이재오 vs. 박사모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7-19 13: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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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7.28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은평을 지역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의 맞상대가 민주당 장상 후보인지, 아니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팬클럽 가운데 하나인 박사모인지 헷갈릴 정도다.

실제 양측의 신경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우선 은평을 재선거 현장에 박사모가 나타났다는 사실 자체가 흥밋거리다.

박사모 회원 100여명은 지난 17일 오후 은평구 연신내역에서 2~3시간 동안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 박사모 회원들은 대구 등 각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 ‘7·28 선거에 참여하고 휴가가자’ 등의 어깨띠를 두르고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디까지나 ‘투표참여 캠페인’이다. 결코 특정 단체의 낙선운동을 금한 선거법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선거관리위원회가 할 일을 대신 해 주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재오 후보 측이 박사모를 은평구 선관위에 고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박사모 회원들이 ‘이재오를 낙선시키자’ ‘야당은 단일화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박사모가 반격에 나섰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성명을 올리고 "박사모 몇 명이 은평을에 나타났다고 선관위보다 이재오 측이 더 난리인 것 같다"며 “박사모가 그렇게 무서우면 정치하지 마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박사모는 바로 귀하가 말 하는 국민이자 유권자 집단"이라며 "회장인 내가 고생한다고 회원들이 격려차 은평에 왔는데 어찌 그리 호들갑이며 기사마다 '이재오 측'의 반응이 어찌 이리 뜨거운가"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장상 후보 측이 이 싸움에 끼어들었다.

장상 후보 측은 즉각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합법적인 투표참여 캠페인을 탄압하지 말라"고 박사모를 응원하고 나섰다.

장 후보 측 김재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박사모 주장대로 합법적인 투표참여 캠페인을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 측과 선관위가 방해한다면 '권력형 선거탄압'으로 규정짓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선관위라면 누가 하든 합법적인 투표참여 캠페인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해야 한다. 결코 탄압하거나 저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관위가 이 후보 쪽의 제보만에 의거해 합법적인 투표참여 캠페인에 대해서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를 벌인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청와대나 이명박 정권의 2인자인 이재오 후보의 눈치를 보지 말고,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장상 후보 측은 "이재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를 제거하기 위해 MB가 보낸 ‘박근혜 자객’"이라며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와 박사모간 갈등에 부채질하기도 했다.

김재두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박사모의 은평 출현에 이 후보측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박사모 출현은) 바로 이 후보의 이번 출마가 ‘박근혜 죽이기’ 차원이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런 난장판의 발단은 당연 애초 약속과 달리 이 후보가 ‘박근혜 자객’이라는 정치적 의도로 이번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라며 "이 후보의 ‘박근혜 자객’에 대해 박사모가 ‘이재오 자객’으로 맞대응하고 있는 셈"이라고 해석을 덧붙였다.

이러다보니 은평 선거가 한나라당 후보 이재오 민주당 후보 장상의 대결이 아니라, 마치 이재오 대 박사모의 대결처럼 비춰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이재오 후보와 박사모의 대결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도 한 차례 있었다.

당시 박사모의 ‘표적 낙선운동’이 ‘정권의 2인자’ 격인 이 후보로 하여금 자신의 20년 정치 지역기반인 은평을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시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후로부터 2년 3개월여 만에 다시 이 후보와 박사모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과연 이 싸움에서 누가 승리할지,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조용히 선거를 치르겠다는 이재오 후보의 투표율 낮추기 전략은 박사모의 ‘투표참여 캠페인’으로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30% 이하면 이재오 후보의 승리를, 30%~ 40% 면 여야 박빙의 대결을, 40% 이상이면 야당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는데, 이번 은평대전의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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