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연일 '대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포스코 미소금융지점을 방문, 대기업 계열 캐피털회사의 고금리 문제를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하는 캐피털에서 40~50% 이자를 받는 게 맞느냐. 큰 재벌에서 일수 이자 받듯이 하는 것은 사회 정의상 안 맞지 않느냐"며 "대기업들도 정부가 (미소금융을) 하라니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대기업은 스스로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규제 없이 길만 열어주면 되지만, 중소기업은 정책을 갖고 도와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전략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등 대기업을 향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시했다.
정부 각료들은 대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자금을 비축하기만 한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대기업 CEO 출신으로 정권 출범당시부터 '비지니스 프렌들리' 기조를 표방했던 이 대통령이 이처럼 갑자기 돌변한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이명박 정권의 경제실패에 대한 책임을 대기업에게 떠넘기려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그런 의도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나타났듯이 현재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거시 경제지표와 달리 여전히 차가운 서민들의 체감 경기 때문이다.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펼친다고 떠벌리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소금융이라는 걸 만들었으나 그 효과는 극히 미미하고,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걸 만들었지만 ‘로또 주택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한 학자금 대출은 사실상 고금리 대책이라는 비난의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경제 대통령’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당선됐음에도 경제 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임을 누군가에게로 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고, 그 대상이 ‘대기업’이 됐을지도 모른다.
실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재계에서는 정부가 무조건 '대기업이 잘못했다'는 식의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정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정부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경제통'인 이한구 의원은 MB의 ‘대기업 때리기’에 대해 "선거결과가 나빠지고 중산층 이하는 안 돌보고 그동안 친기업만 중시했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물론 대기업의 고금리 대부 실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투자를 할 만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를 해서 이윤을 창출할 수만 있다면, 굳이 대통령이 나서서 ‘투자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기업들 스스로 나선다. 이윤창출이 기업의 목적 아닌가.
따라서 정부는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신뢰를 보이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패널티를 주는 등 투자 유도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도외시하면서 대기업들을 향해 '너 지금까지 뭐했냐'고 하는 식의 공세를 퍼붓는 것은 일종의 ‘포퓰리즘’이자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결국 이 대통령의 대기업을 향한 공세는 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스스로 시인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 일차적 책임은 대기업이 아니라,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다면, 4대강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의 막대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수돗물 값을 올릴 것이라는 소리가 들리는가하면, 각종 공공요금을 올린다는 불안한 소리가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찬바람이 몰아치는 서민들의 주머니가 이로 인해 더 궁핍하고, 어려워진다는 걸 이 대통령은 정녕 모르고 있는 것인가.
거듭 말하지만 대기업이 문제가 아니라, 바로 상황을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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