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정세균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 2일 총사퇴하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끄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다.
사실상 본격전인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3일 의원총회를 열고, 9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규칙과 당의 쇄신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재 당권주자로는 전날 대표직을 사퇴한 정세균 의원을 비롯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이른바 ‘빅3’와 함께 박주선-천정배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면 이들 가운데 누가 가장 유력한 당권주자일까?
상식적으로 보자면, 당내 독자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정세균-정동영 의원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 손학규 전 대표가 민심은 물론 당심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먼저 민심을 보자.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달 7~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 적합도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22.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정세균 대표(18.1%),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12.5%, 김근태 상임고문 8.3%, 추미애 의원 5.4%, 천정배 전 법무장관 2.8%. 박주선 의원 1.9% 순이었다.
민심이 손 전 대표의 손을 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민심이 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광부 옷을 입은 채,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진을 발견했던 그때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그의 온몸은 석탄으로 뒤범벅이 된 초라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 한 장의 사진은 100일 민생대장정의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그의 대장정 역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가슴이 ‘찡’할 정도의 뭉클함이 밀려왔었다. 대다수 국민들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당심은 누구를 지지할까?
역시 손학규 전 대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인텔리서치가 지난 1일 민주당 전국 대의원(유효 DB수 : 11683개)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선호도 등을 묻는 ARS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손 전 대표의 지지도가 압도적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유효표본 3049명이 응답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오차 ± 1.5%다.
1인 2표제를 가정한 조사결과에서 민주당 대의원들이 선호(1, 2순위 통합)하는 차기 당 대표는 손학규(26.9%)-정동영(18.9%)-정세균(15.8%)- 박주선(15.3%)- 천정배(9.4%) 순이었다. 13.6%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당 대표 선호도 1순위 조사결과 역시 손학규(33.0%)-정동영(20.8%)-정세균(15.6%)-박주선(13.5%)-천정배(5.3%) 순이었다.
손 전 대표가 선두를 달리는 완벽한 ‘1강 3중 1약’구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손 전 대표는 모든 지역, 모든 연령대 대의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다.
사실 그는 한나라당에서 당적을 옮겨왔기 때문에 당내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 때 민주당 당원들로부터 ‘이방인’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당심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민심이 손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이처럼 당심까지 당내 기반이 취약한 그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7.28 재보궐선거 패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민심과 당심이 함께 하는 정당이라면, 그 정당은 희망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9월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여론조사 결과처럼 ‘손학규 기적’이 일어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믿어도 좋을 듯싶다.
반면 민심을 저버린 한나라당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다. 하지만 7월 전대에서 대의원들은 친박계를 버리고, 친이계 지도부를 선택했다.
민심과 당심이 동떨어진 ‘따로국밥’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만일 ‘막장 광부’이미지의 손학규가 이끄는 민주당과 ‘병역기피’이미지의 안상수를 간판으로 하는 한나라당이 각종 선거에서 맞붙는다면, 그 결과는 어찌될까?
그것은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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