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김무성 발언 유감이다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8-04 15:43:38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한때 한나라당 친박(親朴)계가 ‘좌장’이라고 불러 주었던 김무성 원내대표가 4일 박근혜 전 대표를 언급하면서 “(박 전 대표가) 국가 지도자 덕목 10개 중 7개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결정적 문제를 고쳐서 박 전 대표를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을 이제 거의 소진해 버렸다”고 밝혔다.

만일 김 원내대표의 지적처럼, 박 전 대표가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다.

박 전 대표는 현재 거론되는 여야 차기대권주자 중 가장 유력주자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김 원내대표의 지적은 옳은가.

아니다. 이는 단순히 민주주의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아니라 그가 틀렸다.

특히 그가 ‘주고받는 현실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고의 유연성’ 문제를 지적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먼저 김 원내대표가 ‘민주주의 개념’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걸 고쳐야 한다고 나는 충정으로 말했는데, 박 전 대표를 군주처럼 모시려는 못난 사람들은 ‘주군한테 건방지게…’라는 식의 반응이다. 민주주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한 것을 보자.

설사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를 근거로 박 전 대표의 ‘민주주의 개념’ 문제를 거론한 것을 보면 그의 ‘우리 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는 박 전 대표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측근들의 잘못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를 향해 ‘민주주의 개념’을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 박 전 대표를 향해 ‘민주주의 개념 부족’이라고 공격하던 친이계는 많았다.

특히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 그랬다.

당시 친이계 직계인 정태근, 김용태 의원에 이어 정두언 의원까지 나서서 “제왕적 총재보다 더 심하다”고 박 전 대표를 잇달아 비난하기도 했었다.

또 범친이계인 남경필 의원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면서 ‘원안 +알파’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를 향해 “원안 플러스 알파를 내세우면서 어떠한 소통도 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공격한 바 있다.

과연 이들의 지적은 옳은가.

아니다. 국민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박근혜의 원칙주의가 민주주의를 살려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결국 박 전 대표의 원칙이 민주주의를 살려내고 국민백년대계의 국운을 이끌어내는 힘을 발휘했다.

만일 당시 박 전 대표가 당내 다수의 힘에 굴복해 그들과 대화에 나섰다면, 결과는 어찌 됐을까?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비민주적 결과가 나타나고 말았을 것이다.

따라서 김 원내대표가 이런 것을 이유로 박 전 대표의 ‘민주주의 개념’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면, 그는 ‘민주주의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주고받는 현실정치를 하지 않는다”면서 박 전 대표의 ‘사고의 유연성’ 문제를 거론한 점이다.

실제 그는 15일 전후로 예상되는 이명박 대통령, 박 전 대표와의 만남에 대해 “현실 정치는 뭔가 주고받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탕평 인사 등 뭔가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걸 안 하면 현실정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지적처럼 뭔가를 주고받지 않으면, 그것이 현실 정치가 아닐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사고의 유연성’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구태정치’가 아니겠는가.

사실 박 전 대표를 옆에서 지켜 볼 때, 안타까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뭔가 주기만 할 뿐, 제대로 받는 게 없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경선룰을 제정 할 때에도 그랬고, 경선 이후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뭔가를 끊임없이 내어 주면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답답함이 밀려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욕심을 부리는 대신 국민들이 기꺼이 박 전 대표에게 마음을 내어 주고 있지 않는가.

만일 김 원내대표처럼 뭔가를 주고받는 ‘사고의 유연성’(?)을 지닌 정치인이었다면, 박 전 대표는 벌써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았을 것이다.

따라서 김 원내대표의 지적은 모두 틀렸다.

어쩌면 그가 “이 결정적 문제를 고쳐서 박 전 대표를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욕을 이제 거의 소진해 버렸다”고 밝혔듯이, 이제는 스스로 ‘친박계 탈퇴’에 확인도장을 찍고자 하는 뜻에서 이런 발언을 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입장 변화를 정당화기 발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의 발언에 공감하기보다는 유감스럽게 느껴질 뿐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하승 고하승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