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민주당 ‘4대강 사업 찬성’ 해프닝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8-05 16: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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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국토해양부는 지난 4일 오후 "충청남·북도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상추진 의사 밝힘"이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론 금강에 대한 것만 제시됐고 무리한 요구 사항은 포함돼 있지만 이시종 충북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언론은 '민주당이 4대강 저지의 첨병으로 내세웠던 소속 지자체장들이 4대강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식의 보도를 일제히 쏟아 냈다.

그 보도를 보면, 마치 민주당 출신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정부의 4대강 사업 강행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이같은 언론보도는 사실일까?

아니다. 명백한 오보(誤報)다.

우선 안희정 지사가 5일 자신의 트위터(@steelroot)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제 입장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반박의 글을 올렸고, 충남도청 역시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충북도 마찬가지다.

이시종 지사가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을 찾아가 "큰 틀에서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지사는 한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반박했다.

그는 지난 4일 MBC <뉴스의 광장>과의 인터뷰에서 "충북은 검증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검증작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달란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즉 충남과 충북 모두 ‘4대강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을 뿐, 결코 ‘4대강 사업 강행’에 찬성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충북은 검증위원회, 충남은 재검토위원회가 꾸려져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검증하거나 재검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이 (4대강 사업을) 찬성하고 있다’는 식의 보도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다만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이시종 지사는 충북의 경우 대형보나 준설이 없기 때문에 생태하천 조성사업 등은 계속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고,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형보나 준설 등의 사업을 제외한 순수한 4대강 정비사업은 하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을 뿐이다.

이같은 의견을 '4대강 사업 찬성'이라고 발표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왜곡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반도 대운하 전단계라는 의구심을 받고 있는 대형보와 준설의 재검토 요청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하지 않고, 다만 공문에 적힌 일부 수사적인 표현을 정부에 유리하도록 침소봉대하는 것은 정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특히 언론의 보도 행태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의 보도자료에 대해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언론은 당연히 이에 대해 확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전날 대부분의 언론은 이에 대한 확인의 의무를 게을리 했다.

결국 ‘민주당 4대강 찬성’이라는 황당한 내용이 대부분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이에 따라 민주당을 맹비난 하는 글이 인터넷 상을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실제 <시민일보> 자유게시판에 ‘민주주의’라는 필명의 한 네티즌은 ‘민주당의 4대강 찬성은 반대 안 하니만 못하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당의 안희정.이시종 충청도지사 두 명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4대강반대를 외치기보다는 4대강 계획변경 등으로 구호를 외쳤다면 배반감은 이렇게 까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그는 “결국 이렇게 되면 반대를 위한 반대당이라는 오명을 쓰기에 너무나 딱 좋은 먹잇감을 주고 말았다”며 “정말 답답하고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이 글에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공감했다는 뜻이다.

즉 정부의 ‘왜곡된 보도자료’와 한나라당의 ‘침소봉대’에 언론의 ‘확인의무 소홀’이라는 3박자가 겹쳐져 황당한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고 만 것이다.

정말 걱정스런 부분은 이와 유사한 일이 언제고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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