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항마 키우는 자리인줄 아는가?”
이는 8일 발표된 이명박 대통령의 개각에 대한 국민참여당 양순필 대변인의 논평이다.
상당히 공감이 가는 논평이다.
필자 역시 정운찬 총리를 발탁해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한 후 유력한 대통령 후보감으로 키우려던 계획은 반드시 실패할 것이고, 그러고 나면 다른 카드로 박근혜 대항마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대통령은 곧바로 김태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물론 박근혜 전대 견제 수단으로 국무총리를 활용하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이 8.8 개각에서 새 총리에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내정함에 따라 '김태호 대권주자론'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왕의 남자’라 불리는 이재오 의원을 특임장관에 내정하고 그의 측근들을 대거 내각에 포진시킨 것은 ‘김태호 카드’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친이계 내에서는 이 특임장관후보자에게 킹메이커의 역할을 주문하고 있는 실정이며, 벌써부터 당내 일각에서는 젊은 총리의 부족한 경륜을 메우기 위해 이 내정자가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즉 이재오 내정자가 이제 내각과 당의 군기 반장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죽하면 민주당이 이날 "총리는 견습인턴 총리를 임명하고 그 위에 이재오 특임총리를 임명한 격"이라고 혹평했겠는가.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국무총리라는 자리는 교육, 복지, 민생, 외교, 남북관계 등 산적한 국정 현안을 제대로 챙길 줄 아는 경력과 안목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김 내정자의 경우, 경남지사를 할 때부터 오로지 여의도 정치에만 목을 매고 해바라기 정치를 해왔던 인사다.
따라서 김태호 총리 자리는 그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할 대권 대항마를 키우는 자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즉 국정 현안을 제대로 챙길 국무총리 감을 찾는 데는 아예 관심이 없고, 오직 차기 대권 놀음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김태호가 발탁됐다는 말이다.
참여당이 ‘대한민국 국무총리 자리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견제할 대권 주자를 키우는 양성소인가?’하고 한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면, ‘김태호 카드’가 정말 ‘박근혜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어쩌면 그의 운명은 ‘제2의 정운찬’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 총리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당시 야당은 정총리 부인이 지난 88년 2월5일 주소지를 경기 포천시 내촌면 마명리로 옮겼다가 같은 해 4월 1일 다시 원래 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한 것을 놓고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또 야당은 정 총리가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00년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영어로 옮겨 다른 학술지에 이중 게재했다는 의혹 등 논문 이중게재 논란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뿐만 아니라 정 총리는 종합소득세 신고에서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오피스텔 임대수입(월세 65만원, 보증금 500만원)을 누락했다는 의혹 등 무수히 많은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었다.
어쩌면 김태호 내정자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우선 당장 '박연차 게이트'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며, 특히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세종시 수정안을 강행처리하려다 끝내 물먹은 정운찬 총리와 같은 운명에 처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면에서 이번 8.8 개각은 정말 아쉽다.
다시 말하지만 이 대통령의 역할은 ‘박근혜 대항마’를 키우는 게 아니다.
특히 차기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이 간단한 진리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는 현실이 마냥 슬프고, 가슴 아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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