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이상하다” 송민순 “어리둥절” 김용현 “당황스럽다” 정세균 “뜬금없다” [시민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통일세’ 문제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으나, 대체로 ‘황당한 제안’이라는 반응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약간 이상하다”고 말했고,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어리둥절 했다”고 꼬집었다.

또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당황스러운 언급”이라고 밝혔고, 정세균 전 통일부 장관은 “뜬금없는 이야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이들 모두 통일세 제안이 ‘정상적’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제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17일 “지금 시점에서 발언한 것은 약간 좀 이상하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며 “대통령이 한 말씀 하시면, 정부가 곧 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준비한 상황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는 그것도 없기 때문에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갸웃거렸다.

이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의문을 제기한 후 “혹시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남들이 모르고 있는 사정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 않느냐, 예를 들어 북한 붕괴의 가능성 같은 것들, 그런 이야기도 지금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경색되어 있는 가운데 뜬금없이 ‘통일세’ 신설을 제안한 것은 ‘북한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그는 ‘통일비용’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다만 이 의원은 그 이전에 여건을 마련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경제를 살려 놓으면 통일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고, 또 남북한 경제 격차가 줄면 줄수록 통일 비용은 적게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일이 될 경우 필요한 돈은 상당수가 외화다. 물자를 수입해야 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평소에 잘 갖춰놓아야 되고, 평소에 우리나라 경제 체질, 정치·사회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통일비용 재원 방안 마련에 대해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올린다, 법인세를 어떻게 한다, 방위세 같은 목적세를 신설하자는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에 대해 “세금을 올리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은 재정 구조를 건전화 하는 것이 먼저”라며 “지금 우리 쓰고 있는 것 중에 줄여서 쓸 것이 없는지부터 먼저 둘러보고 세금을 올리는 이야기를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민주당 송민순 의원은 같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 “오죽하면 영국 <더 타임즈>오늘 신문에 보니까, 첫줄부터 이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북한에 대해서 화해의 손길을 뻗치는 것도 아니고 통일 가능성을 높일 수도 없다는 것을 이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논평을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또 그는 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밝힌 통일세 신설과 관련, “이야기를 듣고 좀 어리둥절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이야기냐, 한편으로는 현 정부가 반통일적이라는 인식이 있으니까 그것을 불식시키려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는 말로 ‘뜬금없는 제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좀 당황스러운 통일세 언급”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SBS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한반도의 정세는 상당히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있는 상태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남북관계가 경색돼있다. 그리고 강 대 강의 대결구도 속에 놓여있는 이런 상황에서 통일세가 나오니까 상당한 당황스러움, 이런 부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현실적으로 북한의 반발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현재 북한이 대남 군사적인 도발과 관련된 말로써 강하게 남측에 대해서 압박하는 이런 부분들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측의 군사훈련이랄지 한미합동훈련, 여기에 대한 반발 형태가 나오고 있다”며 “그런 형태에서 통일세 관련된 부분에서 남측의 흡수통일 기도, 이런 쪽으로 말로써 북한이 아주 세게 거기에 대해서 반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이 평화, 경제, 민족공동체 3단계 통일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3단계 통일방안은 결국 과거의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 비핵개방3000을 함께 모아놓은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제민족공동체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북한 핵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 이 문제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세균 전 통일부 장관도 이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글쎄요”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전 장관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남북 관계가 굉장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 않느냐? 군사 충돌 위험성까지 전망되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통일이 반드시 온다, 그리고 통일세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니까 혹시 이명박 대통령 뭐 따로 보는 게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북한)붕괴 같은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이게 앞으로 남북 관계에 오히려 좋지 않은 그런 변수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통일세보다는 남북 협력 기금, 다시 말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종잣돈 이것은 필요하다. 뜬금없는 이야기가 튀어 나왔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남북관계 개선도 제대로 못 시키는 주제에,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닌가, 지금 중, 고등학교 수준도 못 갔는데, 대졸 이후를 이야기 한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이영란 기자 joy@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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