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세’를 핑계로 서민 호주머니를 털 궁리를 하다가 한발 물러섰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은 재정건정성 강화를 이유로 서민들의 교통수단인 지하철 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려다 포기했다.
그동안 만만하게 여겼던 ‘서민 호주머니 털기’가 이제 더 이상 쉽지 않게 된 것이다.
먼저 이 대통령은 65주년 광복절을 맞은 지난 15일 이 대통령은 "통일은 반드시 온다"면서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통일세’를 제안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물론 통일에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 따라서 미리 재원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발언의 당사자가 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것.
특히 ‘부자감세’로 인해 부족한 재원을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메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을 전면 부정하고,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으로 일촉즉발의 남북 대결 국면을 조장해 왔던 당사자다. 따라서 그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집권초기부터 이른바 ‘부자감세’ 등을 밀어붙였던 이 대통령이 느닷없이 새로운 세금을 신설한다는 것 자체가 이율배반이다.
따라서 이는 부자감세 등을 통해 악화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통일세 방안으로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를 늘리는 방식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서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인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 전체 조세 총액에서 부가가치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어서 조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낮은 데도 부가세를 올린다는 것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덜 걷는 대신 서민들의 주머니를 무지막지하게 털겠다는 뜻으로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통일세보다 우선 종합부동산세를 원상 복구시키고, 막대한 예상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을 대폭 축소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세로 돈 좀 끌어 모으려다 이 대통령의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이나 ‘종부자 감세’가 역풍을 맞게 될 위험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17일 "지금 당장 국민들에게 통일세를 과세할 때는 아니다"고 슬쩍 한발 물러섰다.
15일에는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 준비 할 때”라더니 17일에는 “통일세를 과세할 때는 아니다”고 말 바꾸기를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불과 이틀 만에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번복한 셈이다.
서울시에서도 전날 비슷한 일이 발생했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오전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지하철 요금을 연내에 100원~200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가 오후에는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실제 김상범 서울시 경영기획실장은 "원가보다 낮은 운임과 무임 운송비용 등 구조적 적자 요인을 안고 있는 지하철공사 두 곳의 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연내 요금을 100~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서울시의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삶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시민들의 반대여론이 들끓는 것은 당연지사.
서울시의회도 “한강예술섬 사업 등 전시성 '보여주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없고, 지하철 요금 인상이나 시프트 임대사업의 분양 전환 등 서민부담만 가중시키는 실망스러운 대책”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서울시는 오후에 황급히 브리핑을 열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재정 위기 논란을 타파하기 위해 마련한 재정건전화 대책이 자칫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부채를 갚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 브피핑을 한 김상범 경영기획실장은 "적자 요인 해소를 위해 실무적으로 검토했을 뿐 연내 지하철 요금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며 불과 몇 시간 전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혹시 이명박 대통령이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민들의 호주머니 터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국민들 의식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더 이상 서민은 ‘정부의 봉’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때요? 서민 호주머니 털기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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