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언론의 ‘MB- 朴 극비회동’ 호들갑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8-23 10: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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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진 것을 두고 각 언론이 22일 일제히 ‘극비회동’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이날 회동은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1시 25분까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한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9월 16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 유럽 특사로서 이 대통령과 만난 뒤 약 1년 만의 일이다.

배석자 없이 두 사람만 만났다고 하니, 무슨 대화내용이 오고갔는지는 그들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다보니 각 언론은 1년만의 전격회동인 만큼 향후 정국 운영의 방향을 두고 두 사람이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해석을 하는 등 이러쿵저러쿵 참 말도 많다.

실제 8·8 개각 이후 국무총리로 발탁된 김태호 후보자를 두고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발탁 배경 및 인선 과정 등을 박 전 대표에게 설명하면서 청문회 과정에서의 협조를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느니, 여권 내 극심한 갈등을 불러 온 세종시 수정안 추진과 관련해서도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진정성이 담긴 정책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이해를 구했을 것이라느니,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은 4대강 문제 등 집권 하반기 주요 국정과제 추진과 당·정·청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박 전 대표의 협조를 구하고 박 전 대표도 이에 화답했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쏟아져 나왔다.

또 두 사람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협조하기로 했다는 황당한 소리도 들린다.

과연 이 같은 보도 내용들은 모두 사실일까?

그건 모르겠다. 다만, 그간 두 사람의 회동을 지켜보면서 얻은 결론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아무 것도 믿지 말라는 사실이다.

실제 지금까지 두 사람의 회동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회동 이후 각 언론이 보도한 것들은 어느 것 하나 맞는 게 없었다.

단지 여권의 기대사항을 잔뜩 늘어놓았을 뿐이다.

이번 회동 역시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박근혜 견제용’이라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물론 청문회 과정에서 ‘의혹 만물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붙었으니, 박 전 대표 견제용으로 써먹기는 어려워졌지만, 애초에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그를 총리후보로 지명한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닌가.

또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진정성이 담긴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역시 ‘박근혜 견제카드’였음은 두말할 나위조차 없지 않는가.

따라서 이런 대화가 오가고 박 전 대표가 협조의사를 밝혔다는 식의 보도는 아무래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특히 두 사람이 마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은밀하게 손을 잡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보도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박 전 대표는 노무현 정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연합정권제의를 단칼에 잘라버린 사람이다.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여전히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정권재창출은 대통령의 신임을 얻는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은밀하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손은 잡은 것 같은 뉘앙스의 보도는 사실무근일 것이다.

그럼 대체, 박 전 대표가 왜 이 대통령을 만났느냐고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단지 이 대통령이 ‘레임덕 방지’를 위해 박 전 대표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고, 그래서 그를 불러 협조를 요청한 회동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이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대답은 보나마나다.

그는 대통령에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을 것이다.

사실 박 전 대표는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청와대가 부르면 마다하지 않았다.

굳이 대화를 마다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회동 역시 그런 연장선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극비회동’이라며 호들갑을 떨 만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사안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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