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MB는 저주받은 ‘마이더스의 손’인가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8-29 11: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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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그리스 신화에 손으로 만지는 것은 모두 황금으로 변하는 이른바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영어로는 '마이더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스승 ‘세일레노스’가 술에 취해 미다스의 궁전 안에서 그만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이를 발견한 시종들이 그를 미다스에게 데려갔고, 미다스는 그를 극진하게 대접한 후 돌려보냈다.

이 소식을 들은 디오니소스는 크게 기뻐하면서 미다스에게 "소원이 있으면 말하라. 내가 무엇이든 들어 주겠노라"하고 말했다.

이에 미다스는 "손으로 만지는 것은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변하게 해 주십시오"하고 대답했다.

결국 그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가 만지는 모든 것은 이내 황금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욕심이 무서운 재앙을 몰고 왔던 것이다.

식사 시간이 되어 스푼을 들자 스푼은 곧 황금으로 변했다. 그러나 스푼으로 수프를 뜨자 그것마저 황금으로 변해 먹을 수가 없었다. 마실 물도 황금으로 변해 그는 내내 갈증에 시달려야 했으며, 급기야 자신의 사랑스런 딸까지도 그만 황금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왕은 자신의 지나친 욕심을 후회하면서 디오니소스를 찾아가 사정을 했다. 디오니소스는 팍토로스에 가서 손을 씻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미더스의 신화와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손이 저주받은 ‘마디어더스의 손’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래도 ‘박근혜 대항마’라는 황금(?)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 대통령은 지난 9.3 개각 당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떠올랐다가 불출마를 선언한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을 총리로 발탁했다.

당시 한나라당 친이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인사 중에서 정운찬 발탁이 가장 훌륭한 카드”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심지어 각 언론은 그를 ‘박근혜 대항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1차 관문인 청문회에서 그는 ‘누더기 총리’가 되고 말았다.

실제 그는 대학 1학년이던 지난 66년 신체검사를 받아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나 68년 ‘부선 망 독자’(아버지를 일찍 여읜 외아들)라는 이유로 한 차례 징병검사를 연기한 후 70년 재검을 받아 이듬해 재차 보충역으로 판정받는 등 고의적인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다.

또 정 후보자 부인이 지난 88년 2월5일 주소지를 경기 포천시 내촌면 마명리로 옮겼다가 같은 해 4월 1일 다시 원래 주소인 서울 방배동으로 이전하는 등 위장전입 의혹을 받았는가 하면,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이 적힌 ‘다운계약서’를 작성, 수천만원대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었다.

특히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00년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영어로 옮겨 다른 학술지에 이중 게재했다는 의혹 등 논문 이중게재 의혹과 함께 ‘예스24’ 고문을 지내면서 2007년 2008년 2년간 소득 6000여만에 대해 합산소득신고를 누락한 의혹, 인세와 강연료, 원고료 등 일부 부수입 미신고 등에 따른 소득세 탈루 의혹까지 받았다.

오죽하면 그에게 ‘누더기 총리’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붙여주었겠는가.

결국 그는 총리 임기 내내 국민들의 불신 속에 세종시를 강행하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8.8 내각의 김태호 발탁 역시 ‘박근혜 대항마’ 노림수 였다.

하지만 ‘양파 총리’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끝내 청문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실제 그는 박연차 게이트와의 연루설, 은행법 위반, 경남도지사 시절 도청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사용한 부분 등 수 많은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여론이 돌아서고 이에 따라 야당 뿐 아니라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지경에 이르자 29일 자진사퇴 기자회견을 열수밖에 없었다.

각 언론이 ‘박근혜 대항마’라고 대서특필했던 김 후보자의 결말이 너무나 비참하게 무너진 것이다.

이러다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손은 ‘저주받은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 다음 총리 내정자가 누가 될까?

그리고 과연 그는 ‘저주받은 마이더스 손’이라는 운명을 비켜 갈 수 있을까?

미더스 왕은 자신의 지나친 욕심을 후회하면서 팍토로스에 가서 손을 씻은 후에야 무서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대통령 역시 자신이 직접 차기 대권주자를 만들어 내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무서운 저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거나 이번에는 누가 그 저주의 손길을 받게 될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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