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언론중재위 결정 유감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08-30 14: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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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시민일보>가 30일 언론중재위원회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로부터 ‘결정문’이라는 무시무시한 통지를 받았다.

정말 유감이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 7월26일 <이재오 후보, 너무 심한 거 아냐?>라는 필자의 칼럼에 대해 ‘경고 결정문’을 게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일보>는 각종 근거자료를 제시하며 재심을 청구했으나, 위원회는 지난 26일 이를 기각하고 말았다.

그러면서 ‘선거기사심의위원회 결정문 통지’라는 것을 보내 왔다.

거기에는 ‘결정문을 송달 받은 즉시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직선거법 제 256조 제 2항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사오니 각별이 유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상냥한 어투의 주의사항도 담겨 있었다.

무척 고민이 많았다.

이 결정문을 거부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인가, 아니면 눈 딱 감고 이 황당한(?) 결정문을 수용할 것인가.

안타깝게도 <시민일보>는 굴복하고 말았다.

할 일이 태산인데, 이런 일에 시간을 빼앗기는 것은 실익(實益)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자니 너무나 답답하다.

그래서 차라리 일반상식을 갖고 있는 독자의 심판을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독자제위께 필자의 억울함과 답답함을 호소하고자 한다.

거두절미하고 결정문의 결론은 이렇다.

“선거관리위원회가 박사모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는 문건을 작성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선거관리위원회의 이 같은 조치가 <이재오 후보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다른 특별한 증거가 없는 한, 이것만으로 확정적인 자료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재심청구인의 주장은 이유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경고문 게재> 결정을 내린 원심의 결정은 적합한 바, 당위원회는 참석위원 전원일치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에 대해 필자가 작성한 글의 원문은 이렇다.

“박사모 정광용 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가 이재오 낙선운동'을 펴온 박사모를 낙선운동으로 엮어 고발토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자신이 입수한 문건을 공개했다. 확인 결과 단순한 의혹이 아니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 등을 엮어 고발하라는 지시 문건은 서울시선관위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런 과정에 이재오 후보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MB 2인자’로 꼽히는 이 후보가 박사모를 선관위에 고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선관위에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원회는 박사모에 대한 선관위 압력에 대해 필자가 “<이재오 후보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했다”고 하지만, 필자는 “이런 과정에 이재오 후보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다만 “하지만 ‘MB 2인자’로 꼽히는 이 후보가 박사모를 선관위에 고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선관위에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가능성을 제기했을 뿐이다.

‘단정’과 ‘가능성’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건 극히 일반적인 상식이다.

더구나 이런 정도의 의혹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런 의혹제기마저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겠는가.

언론중재위원회의가 정확히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 언론인 출신 혹은 법조인들로 구성됐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언론중재위의 결정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소감은 위원 중에 최소한 한명 정도는 반드시 국문학을 전공한 학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문장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겠는가.

그나저나 한 언론사의 편집국장마저 이처럼 황당한 일을 당하는데, 하물며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수많은 누리꾼들이야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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