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아침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긴 태극전사들이 화룡점정을 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에 나선다.
최덕주 감독(50)이 이끄는 한국 여자 U-17 축구대표팀은 오는 26일 오전 7시(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U-17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한 경기만 이기면 세계 정상의 꿈을 달성할 수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은 우리가!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3년 20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와 2002년 한일월드컵, 2010년 19세 이하 여자청소년월드컵 등 그동안 한국은 번번이 4강 문턱에서 주저 앉아야 했다.
선배들의 업적을 이미 넘어선 태극 소녀들은 결승까지 오르는 동안 4승1패를 기록했다. 이미 8강 진출이 확정됐던 독일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만 패했을 뿐 나머지 경기는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결승 상대가 일본이라는 점은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다.
최 감독은 최근 선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여러분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들은 우리나라를 식민 지배한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며 "스포츠는 스포츠이지만 일본을 상대로는 어려운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피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한 발 앞서 싸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선수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월드컵 예선전을 겸한 아시아대회에서 일본을 제압한 기분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 4강전에서 일본을 만난 한국은 여민지(17. 함안대산고)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가장 믿는 구석은 역시 여민지다. 여민지는 독일전을 제외한 매 경기 골맛을 보며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일본 역시 FIFA 주관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일본은 1999년 20세 이하 남자 청소년대표팀과 2001년 컨페드레이션스컵에서 두 차례 준우승에 그친 한을 풀겠다는 각오다.
일본 수비수 다카기 히카리는 FIFA홈페이지를 통해 "여민지만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가 우승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여민지 '골든볼·골든슈 석권 노린다'
이번 대회 최고의 히로인으로 떠오른 여민지는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과 득점왕을 뜻하는 골든슈의 동시 석권을 노린다.
골든볼과 골든슈 모두 그동안 한국 선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매우 긍정적이다.
준결승까지 총 8골(3도움)을 뽑아낸 여민지는 독일의 키라 말리노프스키(독일. 7골)에게 1골 앞서 득점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골의 순도도 높다. 이번 대회 최고 명승부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는 혼자 4골을 터뜨리며 6-5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고, 스페인과의 준결승에서도 0-1로 뒤진 전반 24분 헤딩슛으로 결승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요코야마 쿠미(6골1도움. 일본)가 추격전을 펼치고 있지만 2골 차로 앞서 있어 첫 한국인의 골든슈 수상이 기대된다. FIFA는 득점이 같은 선수가 나올 경우 경우 도움 개수에서 앞선 이에게 골든슈를 수상한다.
만일 한국이 일본을 넘어 우승을 차지할 경우 여민지는 자연스럽게 골든볼 '0순위'에 오르게 된다.
물론 이만큼의 놀라운 성과를 거둔데에는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기 때문이지만 드러난 기록을 보면 여민지를 대신할 선수는 찾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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