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박근혜와 손학규, 그리고 유시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0-04 13: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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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2012년 대통령 선거는 결국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한판 승부가 이루어질 것 같다.
그동안 여권 주류, 즉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이상득 의원 등 친이 핵심세력들은 모두 ‘박근혜 대항마’ 찾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정몽준 대표와 정운찬 전 총리, 그리고 총리직에 올라 보지도 못하고 낙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모두 그런 용도로 사용됐으나 결국 용도폐기 되고 말았다.

물론 최근에는 박 전 대표의 청와대 만찬을 계기로 여권 내 친이-친박 갈등이 봄눈 녹듯 사그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이계가 ‘박근혜 대항마’ 찾기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 뚜렷한 대항마 감을 찾지 못해 잠시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그럼, 여권 내에서 ‘박근혜 대항마’가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민주당 손학규 체제의 출범으로 그 가능성은 사실상 0%가 되고 말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우선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에서 민주당 인사들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했다. 손학규 대표가 가장 앞서고 있으나, 겨우 5%를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다.

여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30%내외인 것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셈이다. 심지어 손 대표의 지지율은 한나라당 친이계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김문수 경기지사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야권의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지율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손 대표의 10.3 전당대회 승리로 이런 지지율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선 그동안 뚜렷한 지지자를 찾지 못해 갈팡질팡했던 야권 성향의 유권자들이 급격하게 손 대표 쪽을 향하게 될 것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이나 한명숙 전 총리, 정세균 최고위원 등을 지지하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탈해 손 대표를 지지하게 될 것이고, 손 대표의 지지율은 빠른 시일 내 급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란 뜻이다.

실제 손 대표의 지지율이 10%대를 돌파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고, ‘손학규 대세론’이라는 바람을 탈 경우에는 20%대를 돌파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 즉 수도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손학규 대세론’은 곧바로 여권을 강타, 결국 ‘박근혜 대세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차기 총선에 불안함을 느낀 여당 수도권 출신 의원들이 박 전 대표를 향해 ‘SOS’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친이계다.

이는 친이계의 ‘박근혜 대항마 찾기 포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김문수-오세훈-정몽준 등 여권 내 다른 대권주자들의 지지도가 급격하게 빠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들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결국 박 전 대표를 향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40%대를 돌파하면서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세론’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대결하는 본선에서 누가 승리할까?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박근혜 전 대표의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주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현재, 박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은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대신 여당 내 야당의 역할을 하면서 이 대통령의 독선을 견제해 준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을 끝까지 보여준다면, 박 전 대표의 승리를 점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당내 역학구도 등을 고려해, 박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이 한 배에 동승하게 될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손 대표와 유시민 전 장관의 관계 역시 주요한 변수다.

손 대표의 지지율이 20%대로 치솟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을 얻으려면 ‘유시민’이라는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

유 전 장관이 독자출마를 선택할 경우, 즉 박근혜-손학규-유시민의 3자 대결이 이뤄질 경우 손 대표는 결코 최후 승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손 대표의 지지율이 정동영, 정세균, 한명숙 등 민주당내 유력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을 흡수하면서 급상승하지만, 동시에 유 전 장관의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손 대표의 정체성에 불만을 품은 야권 성향의 지지자들이 유 전 장관 쪽으로 옮겨갈 것이란 뜻이다. 결국 유 전 장관과의 야권 후보단일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유 전 장관으로서는 굳이 손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실제 유 전 장관 입장에서 보자면 박 전 대표나 손 대표나 크게 다를 바 없다. 따라서 독자출마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를 위한 포석 차원에서라도 유 전 장관의 독자출마는 불가피할 것이다.

결국 유 전 장관의 독자출마는 손 대표의 표를 크게 잠식할 것이고, 2012년 대선은 박 전 대표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반면 박 전 대표의 표를 일부 잠식할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출마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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