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이미지 정치를 경계하라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0-10-06 11: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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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 하 승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매력은 누가 뭐래도 우직한 진정성이다.

필자가 10.3 전당대회에서 손 대표의 승리를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반면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나치게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고, 그 예측은 결과적으로 맞아 떨어졌다.

지금으로 약 3년 전에 두 사람의 ‘이미지’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었다.

그 결과는 참 재미있었다.

삼국지 인물에 비유하면 손 대표는 의리 있는 관우(23.4%)가, 정 최고위원은 지략가 조조(21.8%)가 각각 연상된다는 것.

또 손 대표는 우직한 소(16.6%)에, 정 최고위원은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여우(20.3%)에 비유되기도 했다.

참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 든다.

손 대표는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준 일이 몇 차례 있다.

필자는 지금도 2006년 8월, 당시 인터넷에 떠돌던 ‘막장광부 손학규’ 사진을 발견하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당시 각 인터넷 사이트에는 손학규 대표가 광부 옷을 입은 채,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다. 물론 그의 온몸은 석탄으로 뒤범벅이 된 초라한(?) 모습이다. 물론 그 사진은 당시 그가 야심찬 각오로 시작한 100일 민생대장정의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었다. 그의 대장정 역정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가슴 한 켠이 ‘찡’할 정도로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냉담을 시선을 보냈던 국민들도 민생대장정이 계속되면서 ‘정치쇼’라는 비판은 사라지고, 국민들도 그의 모습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쇼’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처럼 어쩌다 한 번씩 시간을 내서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떡볶이를 사먹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지, 손 대표처럼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을 100일씩이나 하는 것을 ‘쇼’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의 우직한 모습은 이후에도 계속했다.

10.28 재보궐선거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그에게 수원장안 출마를 간곡히 권유했다. 만일 그가 출마했다면, 원내에 진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시 그는 '반성이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통해 ‘불출마’의사를 전했다.

그는 "내 한 몸이 국회의원에 도전하고 원내에 입성하는 것이 국민의 슬픔과 분노에 대한 해답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번 장안 선거에서 손학규가 이기면 '거물'이 당선 되는 것이지만, 이찬열이 이기면 민주당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는 이찬열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백의종군했고, 결국 민주당의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오직 ‘금배지’를 달기 위해 손쉬운 호남 지역구를 선택한 정 최고위원과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여의도 입성을 포기한 손 전대표의 행보는 확연하게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결국 그런 우직한 모습이 당원들을 움직이게 했고,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도 당 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손학규 대표는 지난 5일 첫 친서민 현장 행보로 강원도의 고랭지 채소 피해 현장 등을 찾았다. 물론 지금 정치권이 ‘금배추’ 공방에 화력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 대표로서 민주당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진정성 있는 우직한 모습이 이제 이미지 정치로 바뀌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지금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당 대표로서 소속 정당 의원들을 독려하고, 국정감사가 제대로 진행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할 때다.

그런 시기에 굳이 당직자와 의원들을 대거 대동하고 강원도를 방문하고, 또 광주를 찾는 등 당 대표의 공식적인 행보를 보여야 하는 것일까?

서두를 필요 없다. 국정감사 끝난 이후에 당 대표로서 해야 할 행보를 취해도 늦지 않다.

손 대표는 자신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우직하게 나아가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일 때 매력이 있다. 거기에 조금이나마 무엇을 보태려고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손 대표는 이미지 정치의 유혹을 뿌리쳐야만 한다. 만일 주변에서 이미지 정치를 권유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멀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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