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차기 대권을 놓고 여야 주자간 ‘중도 표심잡기’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전망이다.
여권 내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성향을 ‘중도’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는가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 역시 취임식 때 ‘진보개혁 세력과 함께 중도세력을 끌어안겠다’고 공식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차기 대권은 박 전 대표와 손 대표의 양자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동서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5일 실시한 전화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결과에 따르면 여권 차기 대권후보로 박근혜 전대표가 42.7%로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어 오세훈 시장 13.2%, 김문수 지사 11.2%로 나타났다.
또 야권 차기 대권 후보로는 손학규 대표가 33.3%로 1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8%로 2위,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11.2%오 3위를 기록했다.
이즘 되면 이변이 없는 한 차기 대선은 박근혜-손학규 양자 대결이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럼,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중도표심’을 더 많이 끌어안는 사람이 승리하게 될 것이란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선택이 당락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수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대권에서는 이들의 선택이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한국일보>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 성향이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2.4%가 '중도'라고 대답했다.
반면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8.2%, ‘진보’는 23.2%에 불과했다. 모름ㆍ무응답은 6.2%였다.
과거 진보와 보수 및 중도가 모두 30% 내외로 엇비슷했던 것에 비하면,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따라서 중도 표심을 잡지 못하면, 그게 누구든, 보수 정당의 후보나 진보 정당의 후보나 모두 낙선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정치공학 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그럼, 박근혜 전 대표와 손학규 대표 가운데서 누가 중도 표심을 더 많이 끌어 올 수 있을까?
단순히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정서만 감안할 경우, 박 전 대표보다는 아무래도 손 대표가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 동서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이 선호하는 차기 정부 성향은 ‘진보개혁 정부’가 49.2%로, ‘보수안정 정부’라고 응답한 41.1%에 비해 무려 8.1% 포인트나 더 높게 나타났다.
약 5년전 참여정부 당시 <문화일보>가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는 ‘보수안정 정부’라는 응답자가 훨씬 많았었다.
실제 2005년 11월 29일 20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정부가 어떤 성향의 정부였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보수안정 정부’가 49.4%, ‘진보개혁 정부’가 46.0%로 나타났었다.
결국 당시 유권자들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 여론조사 결과처럼, 보수정당 후보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국민들은 ‘보수 안정’ 보다는 ‘개혁 진보’를 더욱 선호하게 됐다.
아마도 4대강 사업 등 독선적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작용한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크면 클수록, 대통령과 같은 소속 정당 후보가 불리한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에게는 이런 상식이 성립되지 않는다.
여전히 박 전 대표가 야권의 모든 대권주자들보다 앞서고 있다. 그것도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져 감히 추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국민들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비록 한나라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처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한통속’으로 여기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 등이 불거져 나왔을 때, 박 전 대표가 국민 편에 서서 이를 효과적으로 저지시켜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표가 과연 이런 모습을 끝까지 국민들 앞에 보여 줄 수 있을지, 어쩌면 2012년 대선 승패는 그 여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지금, 박 전 대표와 손 대표의 대권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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