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는 12일 북한제 어뢰가 일으킨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의 발표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합조단은 지난 5월20일 천안함 침몰 사고의 원인을 '북한제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고, 국방부는 지난달 1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검증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3개 단체로 구성 됐다.

따라서 검증위원회는 전체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검증위원회가 이날 오전 서울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개월 간 정부 조사결과를 검증한 결과 민군합동조사단(합조단) 핵심근거의 모순을 상당 부분 밝혀냈다"며 천암함 침몰과 버블제트 어뢰공격과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체 합조단의 발표에 어떤 모순들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초병 진술이 왜곡됐다고 한다.

당시 초병들이 목격한 섬광 발생 위치는 초소 기준 북서쪽에 위치한 절벽 지형인 '두무진 돌출부' 쪽으로, 폭발원점인 초소 기준 남서쪽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

결국 초병들이 봤다는 섬광은 버블제트 물기둥일 수 없으며, 정부가 초병 진술을 왜곡,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검증위원회의 조사 결과다.

또 어뢰추진체 흡착물질을 분석한 결과, 폭발과는 무관하다고 규정했다.

흡착물질은 상온이나 저온에서 생성되는 수산화물인 '비결정질 바스알루미나이트'로 밝혀졌고, 이는 폭발 등 고온 환경의 1차 산물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럼 대체, 천안함 침몰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일까?

검증위원회는 천안함 함체에서 발견된 폭약 성분과 관련,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천안함 함체에서 발견된 폭약 성분 중 가장 많이 검출된 것은 HMX인데, 이는 미국에서 제조하는 폭약이며 아군 어뢰 등에 장착돼있다는 것.

그렇다면 혹시 천안함 사건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을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미 필자는 그 가능성을 수차에 걸쳐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보다 명백하게 그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

천안함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등을 통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언론인들은 합조단의 발표를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았다.

당시 기자협회 소속 2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신뢰한다"는 의견은 55.4%에 불과했다. 물론 “불신한다”는 의견 41.4%보다 높기는 하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뢰 의견이 70%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기자들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에 비해 정보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고급정보를 취할 수 있는 언론인들의 불신은 ‘그것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뜻 나서서 의혹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좌초의혹을 잘못 제기했다가는 법정에 서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은 천안함 침몰원인으로 좌초설을 제기했다가, 해군2함대 소속 이모 대령 등 영관급 장교들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신 전 위원을 수차례 불러 조사를 벌인 뒤 그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그는 법정에 서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또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안보전략비서관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가 김태영 국방장관으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다.

네티즌들도 상당수가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합조단의 발표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발표가 진실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그러면 그럴수록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차에 급기야 언론인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가 북한제 어뢰가 일으킨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이 아니라고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천안함 침몰의 진실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 진실을 알고 싶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